기고

[확대경]다수결보다 존중의 논리 필요

정운현 횡성군의회 부의장

우리는 다수결이 민주주의의 정수라고 배웠다. 하지만 다수가 옳다는 것은 착각이라고 한다.

공공분쟁 조정 전문가인 로런스 서스킨드 MIT 교수는 저서 ‘다수가 옳다는 착각’에서 다수결이 민주주의의 정수라는 믿음을 버리라고 주장한다. 이해관계가 대립할 때 합의에 이르는 길이 다수결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MIT-하버드 로스쿨의 공공분쟁 프로그램 책임자인 서스킨드 교수는 우리가 상식으로 생각하는 다수결 중심의 로버트 회의 규칙이 전혀 민주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며 새로운 방법으로 합의형성접근법(CBA)을 제안하고 있다. 합의에 의한 분쟁 해결 방식은 최근에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어 국가교육회의(교원양성체계개편 공론화)와 제주도 의회(제주 제2공항 공론화) 등에서 공론화의 새로운 방법으로 적용해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로버트 규칙’으로 불리는 다수결 원칙은 1876년 헨리 로버트 당시 미육군 소령이 처음 정리한 토론과 의사결정의 방법론인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민주적 회의 진행법으로 인정받아 널리 사용하고 있다. 국회도 로버트 회의 규칙을 기준으로 진행을 한다. 그는 ‘공정하고 질서 있고 신속한 방법’으로 회의를 진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규칙을 만들었으나, 동시에 어느 공동체에서 개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권리가 전체의 이익과 양립할 수 없을 경우에 개인의 권리는 어느 정도 제한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서스킨드 교수는 다수결이 의사결정의 기본원칙이 될 때 소수의 권리를 묵살하게 되고, 명확한 결론을 추구하다가 좋은 결론을 놓치게 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다수파가 밀어붙인 의제들이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 다수파가 폭주 본능에 사로 잡히면 어떻게 되는지 이번 국회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렇듯 다수의 의사가 곧 정답은 아니듯이 이번 원주시와 횡성군이 ‘치악산’ 명칭 사용을 두고 촉발된 지역 간 갈등을 다수의 논리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원주시가 소초면을 치악산면으로 지명을 변경하려는 시도가 보이자 횡성군수가 직접 나서서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원주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문제부터 원주시의 대도시 사무특례 권한확보 방법 등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표명했다. 그러자 원주시장이 이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갈등에 대한 진화에 나섰지만 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다수의 논리가 깔려 있다.

횡성군과 비교에 우월한 인구수와 경제력 등 이런 다수의 논리말이다. 입장문을 보면 횡성군 숙원인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요구에 대해서도 원주 역시 여주시 상수원보호를 위한 제한구역으로 지정돼 폐수배출시설 설치제한구역 등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는 동병상련의 입장임을 피력하고 있지만 그러면서 도시 성장세에 따른 추가 상수원 확보를 통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고 원주시의 입장만 재차 피력하고 있다. 이웃 횡성군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이 다수의 논리로 이 문제를 보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항구적인 협력과 미래의 대안 마련을 위한 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는 원주시장의 입장에서 앞에서 언급되었던 합의에 의한 문제 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주시와 횡성군의 동반 성장은 어렵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수라는, 또는 우월하다는 논리에서 벗어나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를 존중하며 합의에 의한 문제 해결만이 경쟁의 시대에서 원주시와 횡성군이 살아남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이제는 다수의 논리가 아닌 존중의 논리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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