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고 강풍까지 불면서 대형 산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30년간 강원도 대형산불은 모두 봄철에 발생했고 막대한 인명·재산피해로 이어져 각별한 주의와 예방 대책이 요구된다.
■강원도 건조·강풍특보 발효=지난 주말 강원도에 건조주의보와 강풍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평창과 정선에서 산불이 있었다. 지난 22일 오후 2시54분께 정선군 신동읍 덕천리 한 야산에서 불이 나 산림 0.5㏊가 소실됐다. 이에 앞서 21일 오후 2시32분께 평창군 용평면 백옥리에서도 산불로 0.5㏊가 불에 탔다.
특히 경북 의성군 안평면, 경남 산청군 서천면, 경남 김해시 한림면, 울산 울주군 온양읍 등 전국에서 28건에 달하는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23일 오전 8시 기준 산림 3,286㏊가 불에 타고 10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강원도는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되자 경북 의성에 진화 차량 등 장비 10대와 소방대원 20명을 긴급 지원했다. 김진태 지사는 “현장에 투입되는 모든 대원이 최선을 다해 진화작업에 임하되 무엇보다도 대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대형산불 발생 확률 높아=메마른 대기에 강풍까지 겹치면서 대형 산불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강원도를 포함해 전국은 ‘남고북저’의 기압 속 기온이 높고 건조한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산불 발생확률이 높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바싹 마른 화약고나 다름없는 봄철 산림에 작은 불씨라도 던져지면 걷잡을 수 없는 대형산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3일 동해안과 남부산지, 태백 등에 건조주의보가 내려졌으며 24일 영동지역을 중심으로 순간풍속이 시속 70㎞로 예상되는 등 대형 산불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강원도는 당분간 대기가 매우 건조할 것으로 전망되고 바람도 강하게 불면서 작은 불씨가 큰 불로 번질 수 있어 산불 예방에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30년간 대형산불 23건=산불로 인한 피해면적이 100㏊ 이상, 산불 지속시간이 24시간 이상 이어질 때 대형산불로 분류한다. 1996년 이후 발생한 국내 주요 대형산불 중 강원도에서만 23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불에 탄 산림은 5만6,972㏊에 달한다. 2000년 강릉·동해·삼척에서 발생한 동해안 산불로 축구장 3만5,000개의 면적(2만3794㏊)이 불에 타 역대 가장 큰 피해면적을 기록했다. 2005년에는 양양 산불로 인해 천년고찰 낙산사가 불탔다. 2022년 3월4일 삼척·울진 산불은 1만6,302㏊의 산림을 소실시켰으며 진화 소요시간은 213시간43분으로 역대 최장기간 산불로 기록됐다. 이 불로 6,482명의 주민들이 대피하고 8,000억원대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정부는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으로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심각’로 격상했다. 무엇보다 산불이 나지 않도록 개인의 주의를 강조했다. 봄철 산불 예방을 위해 입산 시 성냥·라이터 등 화기 물질을 가져가지 말고 산과 인접한 곳에서는 논·밭두렁을 태우거나 영농부산물 쓰레기를 무단 소각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고기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봄철 대기가 많이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니 산불 예방에 적극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