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천군 사내면 광덕터널 건설 사업이 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70년의 숙원이 이제 9부 능선에 이르렀다는 안도감과 미래에 대한 설계가 동시에 머릿속에서 교차한다.
곧게 뚫린 혈관과 원활한 혈액 순환은 건강의 근간이다. 지금껏 뱀의 허리처럼 꼬여 있던 고갯길은 이제 광덕터널이 건설되면 사내면, 나아가 화천군 전체에 산소 가득한 신선한 피가 돌기 시작할 것이다. 조속한 사업의 진행을 군민과 한마음으로 바란다.
도로와 터널의 연결은 곧 새로운 기회를 의미한다. 광덕터널이 개통되면 운행 속도가 크게 빨라지고 통행 소요 시간도 26분에서 5분으로 대폭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운전자들은 더 이상 곡예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며 전국 지방도 평균에 비해 8배 높은 사고위험도 크게 낮아질 것이다.
또한 북부 수도권과 강원 북부권역을 연결하는 최단 통로가 마련됨과 동시에 인천 강화~경기 김포~동두천~화천을 지나 동해안 고성까지 이어지는 접경지역 초광역권 도로가 연결된다. 관광산업과 물류는 물론 안보 측면에서도 병력과 장비의 신속한 이동에 도움이 될 것이 자명하다.
도로와 터널은 기존 자원이 빠져나가는 유출 통로가 되기도 한다. 지금부터 철저히 터널 준공 이후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부터 광덕터널 이후의 시대를 꼼꼼히 대비해야 한다.
예비타당성 조사와 터널 건설까지가 정부, 강원도, 화천군이 함께한 시간이라면 광덕터널 개통 이후는 이제 온전히 화천군의 시간이다. 사내면 지역은 2022년 27사단 해체의 아픔이 지금까지 서려 있는 곳이다. 오랜 이웃들이 떠나면서 인구는 크게 줄었고 음식·숙박업소와 소상공인들은 매출이 바닥을 치는 직격탄을 맞았다.
광덕터널이 선물할 기회를 제대로 잡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양질의 일자리와 편안한 정주 환경이다. 이를 위해 군은 올해 사내면 사창리 일대에 18홀 규모의 파크골프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대규모 전국대회를 유치해 수많은 수도권의 동호인들이 광덕터널을 통해 사내면을 방문토록 하기 위해서다. 파크골프의 지역경제 기여도는 익히 알려진 바와 같다.
그뿐만 아니라 고령자를 위한 공공실버주택 건설을 비롯, 국방부와 협의해 군인 아파트 건립을 준비 중이다.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화천형 온종일 돌봄시설을 화천읍에 이어 사내면 지역에도 건립 중이다. 이를 통해 젊은 부부들의 주거와 육아 부담을 덜어주고, 대학교 무상교육, 자녀 해외연수, 외국어 아카데미 프로그램 등 모든 혜택을 제공할 생각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상에도 걸림돌은 있다. 사내면 옛 항공대 터에 예정된 농공단지 건립이 국방부와의 이견으로 인해 답보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내면 농공단지 조성을 위한 대체 비행장 조성 협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오히려 화천읍 신풍리 비행장을 확대하겠다고 나서는 국방부는 군민들의 마음을 전혀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사내면 농공단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핵심 사업 중 하나다.
도민과 화천군민 그리고 국방부 모두에게 중요한 광덕터널 건설이 본궤도에 오를 채비를 마쳤다. 광덕터널이 어렵사리 주는 기회를 붙잡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 확보가 담보돼야 하며, 이를 위해 사내면 농공단지 조성이 가장 큰 선결 과제다. 접경지역의 오랜 희생에 대한 국방부의 배려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