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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민감국가와 선별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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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명단에 올리면서 국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에 최종 확정될 경우 양국 간 에너지 연구 협력뿐만 아니라 각종 산업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우방이라고 생각했던 양국 간 추가적인 갈등도 우려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정부가 미국의 움직임을 전혀 알지 못했고 ‘민감국가’ 명단에 오른 것을 확인한 후에도 명확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정부는 이제서야 대응책 찾기에 나서고 있고 일부 정부 고위 인사들은 “민감국가 지정이 큰일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 있다.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을 전혀 만들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캐나다와 멕시코에 수입품 관세 부과를 거론하고 지난 4일 전면 부과하자 캐나다가 미국산 술 판매를 금지했다. 관세 맞대응에 술 판매 금지가 다소 뜬금없지만 이면을 보면 캐나다의 오랜 고민이 엿보인다. 우선 미국 술 수출국 중 캐나다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매년 한화로 3,200억원에 이른다. 술 중에는 잭다니엘 위스키, 짐빔 버번, 티토스 보드카 등이 직격탄을 맞는데 테네시와 켄터키, 텍사스주(州)의 주력 수출품이다. 술 판매가 줄면 원료인 농산물 생산자들도 타격을 받는다. 특히 이 지역은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는 주(州)다. 아픈 곳을 찌르는 ‘선별타격’인 셈이다. ▼캐나다의 이런 선별타격은 다른 품목에서도 나타난다. 공화당 텃밭인 플로리다주의 오렌지, 켄터키주의 땅콩에 대해서도 관세를 매긴다는 전략이다. 벌써 해당 주(州)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트럼프 관세 정책에 반대한다는 기사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웃한 거대 국가를 상대로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용기도 가상하지만 상대의 가장 아픈 곳만을 선별해 때릴 만큼 노련한 외교와 정책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 국민이 정부에 이 정도의 정책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무리’일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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