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은 농업 생산의 근거지이자 다양한 가치를 지닌 중요한 공간이다. 국민의 먹을 거리를 책임지고, 지역사회를 유지하며, 아름다운 경관과 농업 활동으로 정신적·신체적 치유 효과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농촌공간은 경제적 가치로 쉽게 환산하기 어려운 삶터, 일터, 쉼터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에게 중요한 공간인 농촌이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24년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57%에 해당하는 130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농촌지역이 다수 분포되어 있는 강원특별자치도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도내 18개 시·군 중 춘천시와 원주시를 제외한 16개 시·군이 소멸위험지역에 해당된다. 또한 지난 2020년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데드크로스 현상이 강원 시·군 전역으로 확대됐다. 모든 인구·사회적 지표가 농촌 소멸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정부는 1960년대부터 농촌의 생활환경 개선, 농외소득 개발, 농촌 중심지 활성화, 스마트 농업, 귀농·귀촌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농촌의 인구 유입과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농촌공간에 대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이 미흡한 상황에서 개별사업 위주의 정책 추진으로 인한 중복 투자 문제가 제기되는 등 농촌 소멸 위기 극복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2024년 3월 ‘농촌공간재구조화법’을 제정해 농촌공간계획제도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농촌공간계획제도는 농촌특화지구를 도입하는 한편 사회, 환경, 경제 등 전반에 걸친 농촌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장기 농촌공간계획을 수립한 후 정부와 지자체 간 농촌협약을 통해 농촌재생사업을 통합 지원하는 제도이다. 정부는 2024년 5월 ‘농촌공간 기본방침’에서 2033년까지 400개 농촌재생활성화지역을 지정하고 삶터, 일터, 쉼터로서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농촌협약 지원 규모의 지속적인 확대와 농촌특화지구 육성 지원사업 신설 등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2027년부터는 농촌공간 기본계획 수립을 전제로 농촌지역개발사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자체는 신속한 계획 수립과 함께 지역 현안에 대한 적절한 처방을 담은 농촌공간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강원지역의 계획수립 대상 지역은 읍·면지역이 포함되지 않은 속초시, 동해시, 태백시 등 3개 시를 제외한 15개 시·군이 해당된다. 이 중 접경지역 춘천,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 등 6개 지역은 농촌공간계획 수립 대상으로 새롭게 편입되어 농촌공간계획의 필요성과 시급성, 수립 방법 등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농어촌공사 강원지역본부는 2024년 6월 강원특별자치도의 농촌공간광역지원기관으로 지정되어 강원지역의 정책적, 지역적 여건을 고려한 농촌공간계획이 수립될 수 있도록 농촌공간정책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강원형 농촌공간계획 모델을 제시하고 지자체, 주민 등 참여 주체의 역량 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 컨설팅 등을 중점 수행하여 내실 있는 농촌공간계획 수립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역 소멸 위기 속에서 적극적인 농촌공간계획 수립을 통해 활기찬 농촌지역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