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의 전설적인 시장, 피오렐로 라과디아. 그는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의 혼란 속에서도 부정부패와 맞서며 시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판사였던 그가 재판장에서 빵을 훔친 노인을 대신해 벌금을 내주고 방청객들에게 성금을 걷어 노인에게 전달하며 처벌이 아닌 온정을 선물한 일화는 유명하다. 특히 마피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자신이 직접 마피아의 돈줄인 슬롯머신을 박살 내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는가 하면 온갖 회유와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뉴욕 마피아 조직을 뿌리 뽑는 데 성공한다. 그는 3번의 뉴욕시장을 역임했고 뉴욕에는 그를 기리는 라과디아 공항이 만들어진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거리에는 집회가 이어지고, 국회에서는 날 선 공방이 오간다. 탄핵을 둘러싼 혼란 속에서 민생은 밀려나고 국민은 점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혼란이 길어질수록 정치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국민의 일상은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 그리고 정치인들은 내 편 네 편을 가르며 이를 부추기는 일에 여념이 없다. ▼마하트마 간디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려면 국민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했다. 진정한 지도자의 역할은 법과 제도를 넘어 국민과 함께하는 것이다. 국정 운영의 중심에 국민이 있어야 함은 진리다. 그들이 이념과 권력 다툼에 몰두하는 동안 국민의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가장 기본적인 국민의 일상을 지킬 수 없는 무능이라면 더 이상 정치의 이름으로 존재할 필요가 없다. ▼라과디아의 단호함 그리고 따뜻한 연대는 우리 시대에 필요한 가치다. 탄핵 정국이 끝난 후 우리에게 남는 것은 정치인, 법비들의 유불리가 아닌 국민들의 삶 그 자체여야 한다. 라과디아가 1939년 열린 뉴욕 세계 박람회 퍼레이드에서 거리 청소를 하며 남긴 말이 폐부를 찌른다. “거리를 청소하는 일에는 민주당이나 공화당이 따로 없다.” 국민을 위한 일에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 따로 없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