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접경지역은 늘 긴장 속에 살아간다. 한반도의 북쪽과 맞닿은 이 땅은 평화와 위기의 경계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반복해 왔다. 가을 들녘이 황금빛으로 물들어도, 겨울 논밭이 새하얀 눈으로 덮여도 그곳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 분단의 상징이자 냉전의 잔재, 그리고 언제 터질지 모를 화약고라는 이름이 늘 따라붙는다. 접경지역이 단순히 갈등과 대립의 공간으로만 머물러야 하는가?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전쟁과 분단이라는 현실 속에서도 묵묵히 삶을 이어가며 때로는 변화의 바람을 기대하기도 한다. ▼‘일촉즉발(一觸卽發)’이라는 말이 있다. 한 번 스치기만 해도 폭발할 듯한 긴장 상태를 뜻하는 이 표현은 접경지역의 현실과 닮았다. 몇십 년 전, 혹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철책선 너머에서 포성이 울리면 온 마을이 긴장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긴장도 습관이 되었고, 경계선은 어느새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1950년 6월25일 새벽, 기습적인 남침은 고작 몇 시간 만에 서울을 초토화했다. 불과 70여 년 전의 일이지만 우리는 종종 그 참상을 망각하곤 한다. 평화는 당연한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할 대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접경지역은 단순한 국경선이 아니다. 그것은 분단의 현실이자 평화를 위한 가능성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이를 협력과 상생의 장소로 만들 수 있는가의 여부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되 동시에 평화를 향한 희망도 버리지 말아야 할 때다. 접경지역이 더 이상 대립의 최전선이 아닌 공동체가 함께하는 공간이 될 날을 꿈꾸어야 하지 않을까. ▼속초시(시장:이병선)가 최근 접경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본격적인 지역개발사업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시는 기초생활기반 확충 사업 등 총 336억원 규모의 7개 특수상황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독일의 브란덴부르크 문이 냉전의 상징에서 통일의 문이 된 것처럼 접경지 개발사업이 차질 없이 착착 진행돼 속초시가 이 땅의 공존과 번영의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