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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광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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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의 노래는 시대를 관통하는 울림을 준다. 그중에서도 ‘광야에서’는 절망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신념과 자유를 향한 갈망을 노래한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이 노래는 단순한 선율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깝다는 믿음, 무너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광야’는 단순한 장소가 아닌 시대를 초월하는 자유의 공간이다. ▼요즘도 ‘광야에서’를 듣다 보면 1980년대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던 이들의 피와 땀, 그리고 그들이 꿈꿨던 세상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깜깜하던 시절, 시대의 부름에 응답했던 청춘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민주주의와 자유를 노래했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와 자유가 존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광석은 사회와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가사와 애절한 음색으로 많은 이의 마음을 움직였다. ‘서른 즈음에’, ‘먼지가 되어’, ‘이등병의 편지’ 등 그의 노래는 시대를 대표하는 목소리가 되었다. ▼1980년대 엄혹한 군사정권 시절의 광장은 최루탄과 백골단, 그리고 이에 맞서는 화염병, 짱돌 등 각종 폭력으로 얼룩졌다. 하지만 군사정권이 쫓겨난 광장은 수많은 사람이 모여 촛불을 드는 평화의 공간, 민심의 물줄기가 도도하게 흐르는 광야가 됐다. 1980년대 ‘광야에서’가 울려 퍼지던 광장은 MZ세대가 부르는 ‘다시 만난 세계’가, 짱돌과 최루탄 대신 평화를 기원하는 촛불과 야광봉이 메우고 있다. ▼김광석의 ‘광야에서’가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로, 폭력 대신 야광봉이 번쩍이는 축제의 모습으로 변했지만 광장에 나선 이들의 노래에는 여전히 저항과 희망이 담겨져 있다. 시대가 변해도 지켜야 할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우리 마음속의 ‘광야’는 같기 때문이다. 절망을 이겨내고 신념과 자유를 향한 갈망이 오늘의 현실이 되었듯이 오늘을 사는 우리는 내일을 살아야 할 이들을 위한 ‘광야’를 노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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