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방차 이동을 가로막는 불법 주·정차 차량을 강제로 밀어낼 수 있는 관련법이 마련됐지만 오인 신고로 인한 출동의 경우 차량 훼손 책임을 소방관이 떠안을 수 있어 현장에서는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면서 2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불법 주·정차 차량 강제처분법’이 마련됐다. 이에따라 소방관은 인명 구조 및 화재 확산 방지를 위해 불법 주·정차 차량을 강제 돌파할 수 있다. 강원소방본부는 2022년 118회, 2023년 440회, 2024년 280여회 등 매년 강제처분 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강제처분 사례는 한건도 없었다. 강제처분을 불사하고 출동했지만 오인 신고, 화재 경보 오작동이었을 경우 소방관에게 경위 입증 책임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도소방본부에 따르면 2023년 4,663건, 2024년 4,750건으로 연간 4,000건 이상의 화재경보기 오작동 등이 접수되고 있다.
도내 한 소방관은 “신고 접수 후 현장에 도착했을 때 불법 주·정차 차량이 있으면 강제처분보다는 우회하거나 인근 소화전을 연결해 화재 진압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며 "행정 기본법이 개선돼 소방관들의 심리적 부담이 적어졌다고 하더라도, 오인 판단 시 겪는 고초를 무시할 수 없어 실제 강제처분을 망설일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차 출동 지연은 대규모 피해로 직결된다”며 “소방관이 업무 수행 중 강제처분을 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묻지 않도록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본적으로는 시민들이 소화전 인근에 불법 주·정차를 하지 않도록 의식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도소방본부는 최근 5년간 6,827개소에서 불법주·정차 근절 및 ‘소방통로 확보 훈련’을 실시하는 등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