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초부터 집을 사기 위해 은행에서 이미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거나, 받기 위해 상담을 받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 은행들이 실행한 '실수요자 위주 대출' 목적의 각종 규제가 새해 들어 하나둘씩 풀린 데다, 결정적으로 기준·시장금리 하락과 함께 대출 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으로 서울 집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는 만큼, 2∼3개월 시차를 두고 본격적으로 주담대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2월 신규주담대 증가율 10개월내 최고=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새로 취급된 주택구입자금 목적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모두 7조4,878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1월(5조5,765억원)보다 34.3% 늘어난 규모로, 전월 대비 증가율 기준으로는 지난해 4월(34.8%) 이후 가장 높다.
취급액(7조4,878억원) 자체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열풍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9조2,088억원) 이래 최대 기록이다.
이처럼 주택구입을 위한 신규 대출은 올해 들어 뚜렷하게 증가하는 추세지만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 대출의 비중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 2월 주택구입자금 목적 신규 주택담보대출 중 정책 대출은 36.6%를 차지했다.
정책 대출의 비중은 지난해 8월 19.7%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계속 올라가서 같은 해 12월 54.6%를 찍고 올해 1월(44.0%)과 2월(36.6%) 두 달 연속 떨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책 대출 비중이 줄어든다는 것은 지난해 말까지 투자·투기적 성격의 가계대출을 철저히 막고 정책 대출을 비롯한 실수요자에게만 대출을 내주다가 올해 들어 은행들이 여러 규제를 풀고 이외 수요자들에게도 대출을 늘리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농협·하나·신한 대출금리 줄인하…“상담이 2∼3개월 후 실제 대출로”=은행권은 2월 이사 철 정점이 지나 3월 다소 주춤할 수는 있지만, 상반기 대체로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예상 등으로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내리는 추세인데, 이를 반영해 대출금리도 앞으로 더 떨어지면 대출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까지 더해져 실제로 신한은행은 오는 14일부터 주택구입자금·생활안정자금용 주택담보대출(금융채 5년·10년물 지표금리 상품 한정) 금리를 0.10%포인트씩 낮추고, 7가지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도 우대금리 신설을 통해 0.10∼0.20%포인트 하향 조정한다.
하나은행은 지난 10일 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혼합형 금리)의 가산금리를 0.15%포인트 내렸다.
앞서 NH농협은행도 지난 6일 비대면 주택담보대출과 개인신용대출 금리를 최대 0.40%포인트 인하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도 상반기 가계대출 관리 위험 요소로 거론된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6일 발표한 ‘3월 첫째 주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해당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4% 올랐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의 영향으로 직전 주(0.11%)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여기에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강화를 앞두고 상반기 ’막차 수요’가 몰릴 가능성도 있다는 게 은행권의 관측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행의 경우 아직 주택 소유자의 수도권 추가 주택 구매를 위한 주담대를 막고 있다”며 “이런 규제들을 과감히 아직 풀지 못하는 것은 지난해 2분기와 같은 가계대출 급증 현상이 반복되지나 않을지 걱정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