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인해 대통령이 직무를 내려놓으면서, 우리 사회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과 감정이 표출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분열이 아닌 공존과 화합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위기를 겪으면서도 국민의 지혜와 단합으로 이를 극복해 왔습니다. 지금이야말로 다시 한 번 그 지혜와 단합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불교에서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하여, 모든 것은 결국 우리의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우리의 마음이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차 있다면 사회는 더욱 혼란스럽고 불안정해질 것입니다. 반대로, 마음을 내려놓고 이해와 용서를 선택한다면 새로운 대한민국의 초석을 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탄핵을 찬성했던 이들도, 반대했던 이들도 이제는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며 상처를 치유해야 합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이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입니다.
금강경에서는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이라 하여, 집착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을 가르칩니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는 깊이 뿌리박힌 이념과 지역, 계층 간의 갈등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를 해소하고 화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정치 지도자들은 국민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며, 국민들 또한 상대를 적이 아닌 동반자로 인식하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우리 역사 속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들은 언제나 화합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고려 시대 몽골의 침략 속에서도 팔만대장경을 조성하며 하나 된 마음으로 국난을 극복하였고, 조선 말기 외세의 압박 속에서도 국권을 지키기 위해 온 국민이 힘을 모았습니다. 현대사에서도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국민들은 금 모으기 운동을 펼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정치적 혼란 역시 국민적 지혜와 단합을 통해 극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갈등을 부추기는 언어를 삼가야 합니다. 상처를 주는 말은 서로를 더욱 멀어지게 하며, 공동체의 유대를 약화시킵니다. ‘구업(口業)’이라는 불교의 개념이 있듯이, 우리의 말은 곧 업이 되어 현실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집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상대를 비난하는 말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따뜻한 말입니다. 이러한 언어 습관이 변화할 때, 우리 사회의 갈등도 점차 해소될 것입니다.
나아가, 정치권 역시 대립의 정치가 아닌 협력의 정치를 펼쳐야 합니다. 특정 진영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배척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진정한 정책을 고민해야 합니다. 불교에서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어디에 있든지 주인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그곳이 바로 진리의 자리라는 뜻입니다. 정치인들이야말로 이 가르침을 깊이 새겨야 합니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국민을 화합으로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화쟁(和諍)’의 가르침을 통해, 대립이 아닌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화쟁은 대립하는 두 입장을 융화하여 상생의 해법을 찾는 것입니다. 이제는 분노와 반목을 내려놓고 서로의 입장을 경청하며 조화로운 공존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화광동진(和光同塵)’, 스스로의 빛을 감추고 세상의 먼지와 함께하듯, 자신의 주장만을 앞세우기보다 서로를 포용하는 마음이 사회 통합의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며, 서로를 위해 존재하는 공동체입니다. 마음을 열고 손을 내밀어 화합의 길로 나아갑시다. 이 길 위에서 우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