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FC 창단 후 처음으로 진출한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홈 경기를 강원도 내에서 유치하지 못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팬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역 정체성과 자부심이 걸린 문제인 만큼 단순한 경기장 이슈를 넘어 지역민들의 상실감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강원대에 재학 중인 열혈 팬 이영채(18)씨는 “강원FC는 강원도를 대표하는 팀인데, 역사적인 아시아 무대 데뷔전을 타 지역에서 치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이럴 거면 강원FC라는 이름은 왜 존재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팬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강원FC의 공식 서포터즈인 ‘나르샤’는 오는 13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광주와의 홈경기에서 집단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나르샤 측은 “걸개 설치 등을 통해 구단에 우리의 의사를 강력하게 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르샤 강릉권지부 역시 “홈경기를 당연히 강원도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지를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강원FC는 여전히 경기 장소를 확정하지 못한 채 고심 중이다. 구단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어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계속해서 AFC, 연맹, 지자체와 협의 중이다. 창단 후 처음 열리는 ACLE 경기인 만큼, 어떻게든 강원도에서 유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사태는 사실상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운영 차원의 문제가 아닌, 지방의 구조적인 스포츠 인프라 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강원FC가 지역을 대표하는 구단임에도 국제 경기 유치 요건조차 미비한 것은 지방 체육의 열악한 인프라를 여실히 보여준다”며 “강원도민을 위한 프로 구단인 만큼,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경기 유치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