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구군 해안면은 6·25전쟁 이후 수복된 민통선 이북 지역으로, 전쟁 당시 40여일간 고지의 주인이 6번이나 바뀌었던 가칠봉, 해병대 신화로 유명한 도솔산 등에 둘러싸인 분지형 마을이다.
정부는 1956년과 1972년 두 차례에 걸쳐 260세대(1,394명)의 정책이주를 실시하며 재건촌을 조성하고 해당 이주민에게 토지를 분배하고 경작권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월북 또는 실종된 원소유주의 소유권이 법적으로 유효하면서 주민들이 분배받은 토지를 개간한 후에도 소유권 문제가 정리되지 못한 채 70년여간 논란이 지속돼 왔다. 최근 수년간 무주지 국유화를 통해 주민들에게 토지를 돌려주기 위한 조치가 이뤄지고 있으나 정부의 행정 절차는 여전히 주민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해안면 내 일부 토지는 ‘수복지역내소유자미복구토지의복구등록과보존등기등에관한특별조치법’의 개정을 통해 2020년 8월 일부를 제외하고 국유지화가 완료됐다. 이후 3,429필지가 무주지로 남아 여전히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와 생활에 심각한 제약을 초래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양구군이 해결 방안을 검토한 결과, 각종 지적측량 등의 비용 부담과 추진기간 단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안면 전체 지역을 2단계로 나눠 지적재조사사업을 시행했다. 그러나 국유지 매각 시 적용된 개간비 산정기준과 지적재조사사업 조정금 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합리한 차별은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정 절차라고 판단된다. 동일한 지역에서 이루어진 두 분야의 행정 절차가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주민들에게 형평성에 어긋나는 차별을 초래한 것이다.
국유지 매각 시 개간비가 인정됐다면, 지적재조사 조정금 산정 과정에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지적재조사사업은 단순히 경계를 확정하는 과정이 아니라, 주민들의 재산권을 재조정하는 행위이며, 이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주민들에게 전가되는 것은 명백한 행정의 불합리이다. 개간비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 조정금 산정 방식은 결국 주민들에게 부당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해안면의 경우 일반적인 지적재조사사업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정부는 특별조치법을 통해 무주지를 국유화하고, 이를 점유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환원하는 정책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적재조사 과정에서 개간비를 반영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정책적 취지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이 문제는 단순한 지역 민원이 아니다. 이는 행정 신뢰와 정책 일관성의 문제이자 국가의 책임과 직결된 사안이다. 정부와 관계 기관이 주민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대응해야 한다. 이제 정부가 응답해야 할 차례다. 해안면 주민들이 더 이상 억울함을 겪지 않도록 조속한 조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