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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재미와 감동 주는 휠체어농구, 경기장 찾아 함께 즐겨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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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출신 최욱철 한국휠체어농구연맹 총재
장애인 스포츠의 사회적 가치
복지 넘어 인식 개선에 큰 역할
인성 교육에 경기 관람 포함 등
초·중학교 단계부터 검토 필요

선수들 체계적인 지원 필요
춘천시 창단 후 처우 개선 불구
고용 보장·성과 보상 등 부족
대표팀 선발 기회·지도자 양성
경기력 향상 위해 뒷받침해야

세계 10위권 한국 휠체어농구
6개 구단 리그 8개팀 확대 추진
단기적으로 패럴림픽 본선 진출
목표는 아시아 정상 오르는 것

강릉 출신인 최욱철(72) 한국휠체어농구연맹 총재는 15대 국회의원 시절 유럽 출장 중 장애인 스포츠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계기로 휠체어농구와 인연을 맺었다. 춘천시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리그 활성화와 선수 처우 개선을 이끌어내고 있으며, 휠체어농구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유튜브 홍보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휠체어농구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스포츠임을 강조하며,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장애인 스포츠 발전의 핵심이라고 당부했다.

◇강릉 출신인 최욱철 한국휠체어농구연맹 총재는 “경기장을 찾아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장애인 스포츠 발전의 시작이다. 작은 관심이 모이면 목표하는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휠체어농구를 처음 접한 계기가 궁금하다=15대 국회의원 시절 유럽 출장 중 장애인 스포츠가 주는 감동과 사회적 가치를 직접 경험했다. 이를 계기로 장애인 체육이 단순한 복지를 넘어 사회적 인식 개선의 중요한 요소임을 깨닫게 됐다. 일본과 독일의 사례를 보면 장애인 스포츠가 인성 교육과 지역사회 통합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초·중학교 단계에서 장애인 스포츠 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후 오랜 기간 휠체어농구와 함께하며, 춘천시와 역대 시장들의 지속적인 지원 덕분에 휠체어농구단 창단과 리그 활성화에 큰 진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 특히 춘천시청 팀이 창단된 이후 선수들의 처우가 개선되고 리그 경쟁력이 한층 강화됐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춘천이 장애인 스포츠의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셨다= 춘천시는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높은 도시다. 시장과 공무원들이 경기장을 찾아 직접 응원하는 모습이 시민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춘천이 휠체어농구뿐만 아니라 장애인 스포츠 전반의 발전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휠체어농구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주는 의미가 있다면=휠체어농구는 단순한 재활 운동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과 전략이 펼쳐지는 하나의 정식 스포츠다. 장애를 가진 선수들이 강한 의지와 팀워크로 경기를 펼치며 신체적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장애인 선수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훈련하고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고용 보장, 경기 성과에 따른 보상 지급, 국가대표 선발 기회 확대, 지도자 양성 등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비장애인들이 휠체어농구 경기를 접하면 장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며, 이는 사회적 포용성을 높이는 데도 큰 기여를 한다. 따라서 교육 당국에서도 휠체어농구 경기 관람을 정규 교육 과정에 포함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휠체어농구와 일반 농구의 경기력 차이는 어떤가=실제로 경기 규칙과 코트 규격이 동일하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다. 휠체어농구 역시 매우 역동적인 스포츠로, 빠른 경기 흐름과 높은 득점이 가능해 보는 재미가 크다. 다만, 강원도에서 중계 방송을 시도했으나 예상보다 시청 가구 수가 적어 아쉬움이 있었다. 대신 유튜브를 활용한 홍보가 효과를 보며, 아나운서 발굴 등의 긍정적인 성과도 있었다.

■임기 중 가장 보람된 순간과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총재 임기는 3년이며 1회 연임이 가능하다. 이제 곧 임기를 마치면 명예총재로 활동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보람된 순간은 휠체어농구리그가 출범하고, 춘천시가 휠체어농구단을 창단하면서 선수들의 처우가 전반적으로 개선된 점이다. 반면, 가장 어려웠던 점은 부족한 재정 문제로 인해 선수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확대되면서 리그가 점차 안정되고 선수 처우도 개선되고 있다.

■한국 휠체어농구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점은=한국은 패럴림픽 예선에서 호주, 일본, 이란 등 강팀을 상대로 본선 진출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경기력 자체는 뒤처지지 않지만, 선수층이 얇고 백업 자원이 부족하며 승부처에서 해결 능력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내 리그 수준을 높이고 선수 간 경쟁을 촉진하며 경기 경험을 쌓는 데 집중했다.

■코로나19 유행 속에서도 리그를 운영하며 단 한 명의 감염자도 나오지 않았다=장애 선수들은 개인 훈련이 어렵고, 한 번 운동을 중단하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도 훈련과 경기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했다. 이에 양구군 등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리그를 운영했으며, 철저한 방역 덕분에 선수단 내 감염 없이 리그를 마칠 수 있었다. 안전한 지역을 선정해 경기를 진행하며 리그를 유지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장애인 복지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셨다=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장애인 전용 체육관, 수영장, 재활센터 등 복지시설 확충이 시급하다. 현재 많은 장애인이 체육 활동을 할 공간이 부족해 운동 기회를 제한받고 있으며, 이는 건강과 사회적 교류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위한 주거시설 확충과 생활환경 개선도 중요한 과제다. 장애인이 이동하기 편리한 무장애(배리어프리) 주거환경을 조성하고, 대중교통과 공공시설 접근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회 전반적으로 장애인을 가족들이 숨기는 문화에서 벗어나, 장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애인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 일상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

■현재 세계 10위권인 한국 휠체어농구의 목표는=한국 휠체어농구 대표팀의 가장 큰 목표는 아시아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패럴림픽 본선에 진출하고, 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에서 8위 이내에 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실력을 더욱 끌어올려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모든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4강에 진출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체계적인 선수 육성과 국제 대회 경험을 쌓는 것이 필수적이며, 선수층 강화를 위한 지원 확대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전라도와 충청도에 휠체어농구단 창단을 추진하고 있는데=현재 6개 구단으로 운영되는 리그를 8개 팀으로 확대해야 경기력 향상과 리그 운영의 내실화를 기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지자체 및 기업들이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지역 내 휠체어농구 대회를 개최하고 영향력 있는 인사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팀이 확대되면 홈앤드어웨이 방식의 리그 운영, 전용 경기장 확보, 경기 운영 인력 양성, 스포츠 채널 편성 등 장애인 스포츠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많은 사람들이 휠체어농구를 잘 모르지만, 직접 경기를 보면 기존의 편견이 깨지고 스포츠의 재미와 감동을 경험할 수 있다. 경기장을 찾아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장애인 스포츠 발전의 시작이다. 작은 관심이 모이면 우리가 목표하는 꿈을 이룰 수 있다. 휠체어농구리그는 언제나 열려 있으니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 최욱철은 누구?

1953년 강릉에서 태어나 강릉 명륜고와 명지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경희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ROTC 출신으로 군 복무 후 삼환기업 사우디 지사 등에서 근무했다.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로 정치인의 인생을 시작했고 1993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다. 이후 15·18대 국회의원으로도 활동했다. 2019년 한국휠체어농구연맹 총재로 취임하여 팀 창단과 저변 확대에 힘쓰며 장애인 스포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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