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현실화 된 학생 체험활동 위축

이영욱 강원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장

지난 11일 춘천지방법원에서 2022년 체험활동에 참가했던 강원자치도 내 초등학생이 후진하는 전세버스에 치여 사망한 사건에 대한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 결과 인솔을 맡았던 담임교사의 주의 의무 위반 과실의 책임이 인정돼 유죄가 선고됐다.

이 사건을 두고 교원단체와 사회단체는 물론, 도의회에서도 학교 교육활동의 일환인 체험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을 우려해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인솔 교사에게 책임을 물어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했고, 선처를 기대했던 학교 현장은 큰 충격에 빠졌다. 그 결과 학교 밖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선생님들의 부담감이 커지면서 학생 인솔을 기피하는 현상이 우려를 넘어 현실이 되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는 의미다. 그러나 체험활동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한 번 보는 것을 넘어 직접 경험할 때 교육적 효과가 더욱 커진다는 데 있다. 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서의 체험활동은 교내 생활로 지친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과 심신 회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지하다시피 학교 내에서 학생들이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만큼, 보다 적절한 환경이 마련된 학교 밖에서 활동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버스, 기차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단체로 이동한다. 이처럼 체험활동은 학교나 집을 떠나 진행된다는 점에서 인솔교사가 지도·감독해야 할 범위가 넓어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다. 학생 역시 심리적으로 들뜨기 쉬워 예상치 못한 위험 요소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각 학교에서는 매년 2월, 1년간의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학교 교육 계획’을 수립해 3월부터 시행한다. 그러나 올해 교육 계획에서는 예년에 실시되던 다양한 체험활동이 대폭 축소되거나 아예 제외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심지어 학창 시절 가장 큰 추억인 전통의 수학여행마저 실시하지 않겠다는 학교들이 나오면서 학생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법원에서의 형사처벌 판결 충격이 학생 체험활동 전반의 위축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는 체험활동 인솔 선생님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보조인력 지원을 위한 조례 개정’ 등의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여전히 선생님들의 불안감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다.

법원의 1심 선고 이후 선생님들이 느끼는 염려는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는다. 그러나 배움의 연장선에 있는 현장체험학습을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소중한 배움과 추억의 기회를 박탈하는 일이다. 그동안 어려운 교육여건 속에서도 제자 사랑을 실천해 온 도내 선생님들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담그지 못해서는 안 된다.

예측 불가능한 위험을 동반하는 현장체험학습에서 사고를 방지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상황에서 선생님들에게 지나친 부담과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개정된 학교안전법에 따라 교사가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선생님이 적극적으로 교육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법령이 더욱 보완돼야 하겠지만, 동시에 학생들이 배움과 성장을 위한 소중한 체험활동의 기회를 잃지 않을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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