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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다이아몬드’

고대에서 은(銀)은 까다로운 정제법을 거쳐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금(金)보다도 귀중하게 취급됐다. 기원전 3000년 무렵 이집트에서는 은의 가치가 금보다 2.5배 높았다. 은 대부분을 수입했기 때문이다. 은 채굴법이 개선되면서 기원전 2200년께부터 은의 가치는 금과 같아졌다가 점점 내려갔다. 15~16세기 유럽의 신항로 개척 이후 아메리카 대륙에서 은이 대량 유입되자 가치는 더 떨어졌다. ▼금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은은 수요는 늘어나는데 가격이 저평가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 경제미디어 마켓워치는 “전 세계에 돈이 넘치고 실질금리 하락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금·은은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수천 년간의 데이터를 볼 때 지금은 금보다 은을 살 때”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 때문일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으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광물이다. 그래서 희소가치도 높다. 지하 120~250㎞에 있는 원석이 화산 활동으로 지표면 가까이 올라와야 캘 수 있다. 어원은 ‘정복할 수 없다’는 뜻의 그리스어 ‘아다마스(Adamas)’다. 그만큼 귀한 보석이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안전자산인 금·은과 달리 가격 변동성이 크고 거래가 까다로워 환금성이 낮다. 여기에 인공 다이아몬드 제조 기술이 발전하면서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다이아몬드 가격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2년 3월7일에 비해 최근 가격이 약 40% 하락했다. 1년 전과 비교해도 13%가량 내렸다. 희소성을 무기로 오랜 세월 최고의 지위를 누렸던 다이아몬드였지만 이제는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마트에서 1캐럿에 10달러를 주고 다이아몬드를 사는 시대가 올 거라 예측하기도 했다. 다이아몬드도 언젠가 ‘보석 황제’ 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우리 인생사 이치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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