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기획]디지털 물결 속 아날로그의 끝자락을 보다 ②

<중>아날로그, 디지털 시대의 '보안(保安)지킴이'
고령층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 부족…적응 어려워
우리 사회의 안녕(安寧)을 지키는 아날로그 수단

사진=강원일보 DB

스마트폰 가입 회선 수가 국내 인구 수를 넘어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안의 작은 기기로 금융 거래부터 행정 서비스까지 해결한다. 디지털 기술의 고도한 발전은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으나, 디지털 소외계층은 오히려 사회와의 단절이 심화되고 있다. 공중전화와 우체통처럼 과거 필수적이었던 공공 인프라도 이용률 저하를 이유로 점차 사라지는 중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국가 재난 상황에서는 공중전화가 안정적인 통신망으로 쓰이고, 우체통은 지역 사회의 마지막 연결고리로 기능하고 있다.

디지털 소외 계층이 갖는 어려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65세 이상 고령자가 1,024만4,550명으로 주민등록 인구의 20%를 차지했다. 초고령화 시대 속 디지털 사회는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인 '디지털 리터러시'를 요구한다. 하지만 대표적 디지털 소외계층으로 꼽히는 고령층은 디지털 문해력이 낮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100만원이 훌쩍 넘는 스마트폰을 들고도 전화 이외의 활용도가 거의 없는게 현실이다. 실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3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역량 점수는 100점 만점에 36.9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조작이 서툰 김인호(79) 할아버지는 "휴대전화 기능을 다루기 어려워 전화 수신용으로만 쓴다. 매번 자녀들에게 물어보기도 부끄럽다"며 "공중전화같이 다루기 쉬운 아날로그 방식이 더 편하다"고 말했다.

◇2009년 춘천우체국은 선박을 이용해 품안리, 신이리, 품걸리 등 오지마을에 우편을 전달했다. 사진=강원일보 DB

우리 사회의 보안(保安)제 '우체통·공중전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스마트폰 가입 회선은 5,611만2,282개로 국내 인구 대비 보급률 100% 이상을 기록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안녕(安寧)은 아날로그 수단이 지킨다. 우체국에서 시행하는 복지등기 우편서비스는 집배원이 전국을 다니며 복지 정보를 비롯한 우편물을 주민들에게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서비스가 살필 수 없는 주민들의 생활 실태, 주거 환경 등을 지역 우체국망이 파악해 지자체에 전달, 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한다. 공중전화는 지진·태풍 등 재난상황에서 '긴급 연락망'으로 빛을 발한다. 공중전화는 땅에 매립된 구리선을 이용한 유선 통신망을 사용해 통신이 끊일 위험이 낮다. 실제 2018년 KT 아현지사에 화재가 발생해 서울시 전역이 무선망 서비스가 마비되는 '블랙아웃' 상태에 빠졌으나 공중전화는 원활한 통신을 제공한 바 있다.디지털 시대가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공공 인프라가 여전히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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