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1957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자마자 펜을 들어 편지를 썼다. 초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었던 루이 제르맹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선생님이 가난한 학생이었던 제게 손을 내밀어 주시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모든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1910년대 알제리 빈민촌에서 자란 카뮈는 중학교에 갈 형편이 안 됐다. 제르맹 선생은 그런 카뮈를 날마다 방과 후 두 시간씩 붙들고 따로 가르쳐 중학교 장학생 자격시험에 합격시켰다. 카뮈는 노벨상 수상 연설문도 스승에게 바쳤다. ▼듣지도, 말하지도, 보지도 못하던 헬렌켈러가 장애를 극복하고 빛나는 성녀가 된 것은 굳은 신념을 가진 교사 설리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동의보감’을 쓴 허준도 스승의 극진한 보살핌이 없었다면 그 같은 명의가 됐을 턱이 없다. 꼭 제자가 크게 성공하지 않았더라도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영혼이 깃든 수업은 일생을 두고 우리 가슴에 남는다. ▼최근 일곱 살 초등학교 1학년생 김하늘양이 다니던 학교의 40대 여교사에게 살해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어린 학생이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아이들이 믿고 따라야 할 교사에게 소중한 생명을 빼앗겼다는 사실에 어른들은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함을 느낀다. 도대체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말문이 막힌다. 한동안 교사에 의한 교내 성폭력 피해 고발로 교권이 땅에 떨어지더니 이번에는 교사의 학생 살해다. ▼“위대한 장군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나 전쟁에서 이기는 자는 무명의 병사이다. 위대한 교육자는 새로운 교육학의 체계를 세우나 젊은이를 건져서 이끄는 자는 무명의 교사로다.” 교육철학자 헨리 반 다이크가 지은 ‘무명의 교사 예찬’ 속 한 구절이다. 교사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요즘 우리 사회다. 존경과 인도자라는 뜻이 담겨 있는 스승이라는 말을 되찾기 위해 모든 교사가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