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책보다 좁은 공간… 강원 유일 점자도서관의 현실

도내 시각장애인 매년 9,000명 이상
강원 점자문화 진흥 조례 ‘권고’ 수준

◇도내 유일한 점자 도서관이 열악한 시설과 부족한 지원으로 사실상 시각장애인의 이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사진=강원일보DB

강원특별자치도 내 유일한 점자 도서관이 춘천에 있지만 열악한 시설과 부족한 지원으로 사실상 시각장애인의 이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강원특별자치도시각장애인연합회가 운영하는 강원점자도서관은 전국 37개 점자 도서관 중 하나로 도내에서는 유일하다. 춘천을 제외한 도내 18개 시·군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들은 점자 도서를 직접 이용할 수 없어 인터넷을 통한 자료 열람이나 도서 배송 서비스에 의존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점자 도서관은 협회 운영과 도서 관리, 점자 책 제작까지 맡고 있어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인해 이마저도 원활히 운영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춘천에 거주하는 20대 중복장애 대학생 A씨는 도서관을 직접 찾아 점자 도서를 읽으려 했지만 이동장치 ‘워커’로 인해 사실상 이용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A씨는 “움직임이 불편해 워커를 이용해 도서관에 출입해야 하는데 책꽂이 사이 공간이 좁아 이동 장치가 들어가지 못하고 책을 읽을 공간도 따로 마련되지 않아 이용 자체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도내 시각장애인은 9,196명으로 매년 9,000명 이상이 등록되고 있다. 하지만 강원특별자치도 점자문화 진흥 조례 제3조 3항에서는 ‘도는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점자 사용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파악하고 개선·보완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이는 ‘권고’ 수준에 그쳐 실질적인 조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판구 강원점자도서관장은 “도내 18개 시·군에 모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지만, 예산과 보조금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역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지역 소식을 전달하고 싶어 현재 12개 시·군에 점자로 변환한 소식지를 제공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며 인력 부족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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