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강원도]‘고향과 자연’이 인간의 삶에 주는 의미 탐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영월 동강변 삼옥리 등 배경
친구들 추억 모아 화보집 발간

영월 출신 박철호 강원대 명예교수가 쓴 단편 ‘동강별곡’은 고향에 대한 애정과 우정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한 작품으로 2020년에 발간된 중·단편 소설집 ‘메멘토 모리’에 수록돼 있다. 영월의 동강이라는 실제 장소를 배경으로,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마을과 사람들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단순한 개인 회고담을 넘어서, 고향과 자연이 인간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탐구하는 점에서 깊은 감동과 울림을 준다.

소설은 화자(話者)인 ‘나’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봉래초교 20회 졸업생인 ‘나’는 졸업 50주년을 기념하는 화보집을 제작하던 중 친구 상진의 돌연사 소식을 듣고 상진을 회고한다. 상진은 어릴 적 동강변의 삼옥리, 목골마을에서 살았다. 상진은 어른스럽고 속이 깊은 친구였으며, ‘나’는 어려울 때 도와준 상진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상진은 동강댐 건설 반대 운동에 참여했고, 결국 댐 건설 계획은 무산된다. 하지만 동강변의 사유지 매입 계획으로 상진네는 고향을 떠나게 된다. 상진은 고향 마을에 래프팅 관광객이 늘어 활기가 도는 것을 기뻐하지만, 래프팅 산업의 쇠퇴를 걱정한다. 그러던 중 중국 여행에서 붉은 메밀꽃 종자를 가져와 고향에 퍼뜨리고, 붉은 메밀꽃 관광을 구상해 제안한다. 상진의 제안으로 목골마을에는 붉은 메밀꽃밭이 조성되고, 홍메밀축제가 열리게 된다. ‘나’는 퇴직한 상진과 함께 붉은 메밀꽃을 개발하고, 동창회 정례 모임에서 친구들은 네 번째 시집 출판기념회를 열어준다. ‘나’는 친구들과의 우정과 동강에 대한 그리움을 시로 표현한다. ‘나’는 졸업 50주년을 기념하는 화보집을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 친구들의 사진과 추억담을 모아 화보집을 출간한다. 화보집은 친구들의 삶과 추억이 담긴 ‘동강별곡’이 된다.

화보집 출판기념회를 겸한 송년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지만, 새해를 앞두고 상진이 그만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이다. 그의 부인은 태국으로 떠나고, 목골 주민들은 붉은 메밀꽃밭 입구에 상진의 공적비를 세우기로 한다. ‘나’는 새해에도 동창회를 통해 친구들과의 우정을 이어갈 것을 다짐하며, 상진의 공적비 제막식과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 성란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다. ‘나’는 성란이와의 어린 시절 추억을 회상하며, 친구들과의 변치 않는 우정을 ‘동강별곡’으로 표현한다.

작품 속 동강과 붉은 메밀꽃밭은 단순한 공간적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들과 마을 사람들의 정서적 뿌리를 상징한다.

특히 상진이 고향의 미래를 걱정하며 붉은 메밀꽃을 심고, 이를 통해 마을의 새로운 경제적 활로를 개척하는 과정은 자연과 인간이 상호 의존하며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동강은 끊임없이 흐르며 마을 사람들의 삶을 품고, 그들의 추억과 희망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소설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은 동창회와 친구들 간의 끈끈한 우정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과 동심이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어 동창들 사이의 연대를 강화한다. 동강별곡은 영월이라는 지역의 특성을 풍부하게 담아낸다. 댐 건설 반대 운동, 래프팅 관광, 붉은 메밀꽃 축제 등의 서사는 작품에 대한 현실감을 더해준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지역 공동체가 겪는 경제적·환경적 도전과 그 극복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소설 전반에 걸쳐 메밀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드러나고, 메밀꽃에 얽힌 추억과 연구 성과들이 서술되는 점에서 자연스레 박 명예교수를 떠올리게 한다. 소설 동강별곡은 고향과 자연, 우정과 인간 관계의 가치를 탐구하며, 서정성과 현실성을 담아낸 작품이다. 작가는 동강이라는 공간을 통해 독자에게 지역 공동체의 가치와 자연과의 조화를 성찰하게 만든다고 할 수 있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