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의료기기 전시회인 아랍헬스 2025에 강원공동관이 열렸다. 도내 기업이 참가하며 현장에서만 935만 달러의 계약이 체결되었다. 김진태 도지사도 이제 글로벌 시장의 세일즈맨이 되었다. 이미 강원도는 세계 최대 전자 박람회인 CES 2025에서 처음으로 단독관을 운영했다. 이와 같은 강원도의 행보는 글로벌 의지를 보여 준 것이다. ‘글로벌’이라는 용어는 멋있게 보이지만,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일상을 살아가기에는 끼리끼리 모여 서로 도우며 사는 것이 훨씬 쉽다. 그러나 그러한 생활에는 발전이 없다. 그냥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갈 뿐이다. 그래서 올해 아랍헬스와 CES의 강원관은 강원 기업인과 강원 정부의 글로벌한 의지와 자신감을 보여 준 상징적인 행사였다.
우리가 어려울 때, 이 땅의 선지자들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교훈을 남겼다. 그러나 강원도에는 ‘글로벌하면 살고, 로컬하면 죽는다’는 교훈이 더 잘 어울린다. 지역발전은 기업에서 출발한다. 인구감소 현상이 심각한 강원도에서 기업이 번창하면, 인구는 늘게 마련이다. 그래서 강원도는 기업이 글로벌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업천국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강원 정부와 강원 기업인은 뭉쳐야 한다. 부가가치나 이윤 창출은 기업만이 할 수 있다. 강원 정부는 기업이 자유롭게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
정치인은 본인의 인기를 얻기 위해 남의 돈으로 생색내기를 좋아한다. 즉, 정치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세금을 풀고 싶어 한다. 벌어들인 돈만큼 사용하자는 ‘재정균형’이라는 용어는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원칙이지, 실제와는 괴리를 가진다. 정치인에게 예산을 아끼는 선한 마음을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그래서 예산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도록 법으로 제어하는 방안이 ‘재정준칙’이다. 선진국에서는 보편적 규범이 되었다. OECD 38개국 중 36개국이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인의 입김이 강한 탓에 재정준칙을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강원도에서는 2023년도부터 시행하고 있다. 전국 최초이고, 유일하다. 얼마 전 발표된 2023년 강원도의 GRDP 증가율은 7.6%로, 전국에서 상위 수준이다. 지금까지 강원도의 성장률은 3%대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거의 두 배 수준의 성과가 나타났다. 정부는 예산을 많이 사용할수록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강원도 경제성장률을 보면 확연히 다른 교훈을 유도할 수 있다. 지역예산을 아끼면서도 얼마든지 지역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원도는 정책 결정의 자유를 가질 수 있는 시험대에 섰다. 이른바 ‘강원특별자치도’의 출범이다. 그러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강원의 미래산업을 위해 자유를 활용하지 않고 도민들의 인기를 위한 정책을 펴면, 지역 퇴보라는 책임이 따른다. 강원도는 유사 이래 처음 ‘로컬’에서 ‘글로벌’로 생각과 정책의 틀을 바꾸었다. 이제 강원 정부, 강원 기업인, 강원도민이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행동해야 할 때이다. 또한 많은 기업이 강원도로 오도록, 강원도를 기업천국으로 만들어야 한다. 강원도민은 남의 돈으로 생색내는 정치인을 멀리하고, 도민이 낸 세금을 내 돈처럼 생각하는 정치인을 선택해야 한다. 이렇게 서로 뭉칠 때, 강원도는 한반도 역사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강원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