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51년 5월1일 영국 런던에서는 세계 최초의 박람회가 개최되었다. 영국은 자신들의 역량을 과시하기 위해 유리와 주철만으로 된 건축물을 짓고 수정궁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여기에는 숨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집행위원회는 세계로부터 245개의 출품작을 받아 2개의 디자인을 선정했지만 결국 이들은 치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어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당시 채스워스 하우스라는 온실 설계로 명성이 있었던 조셉 팩스턴이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결국 그의 아이디어가 채택된다. 수정궁은 건물의 대부분이 평면 지붕이었으므로 폭우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정원사였던 팩스턴은 효과적인 배수를 위해 물에 떠서 무게를 견디는 수련의 잎맥구조와 기능을 응용하여 성공을 한다. 일명 ‘두렁과 이랑(Ridge and furrow)’이라는 구조의 지붕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국립강릉원주대와 강원대가 내년이면 하나의 대학이 될 예정이다. 이것은 글로컬30이라는 교육부 사업에 선정된 결과로 양 대학의 통합이라는 제안은 ‘1도 1국립대’라는 정책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간 탄탄한 대로를 달려왔던 듯한 양 대학의 입장에서는 이제부터 지난할지도 모르는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 그나마 10년 전쯤 한 차례씩 대학 통합을 해 봤던 경험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곧 최소한 4개의 캠퍼스가 탄생하여 강원도 내 모든 방향의 도로표지판에 ‘강원대’가 표기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지역이 갖는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통합의 성패를 가를 가늠자가 될 뿐만 아니라 각 캠퍼스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강릉은 지리적으로 보면 산악과 해양이라는 남북의 자연축 사이에 만들어진 도시로 육지와 바다, 호수, 강과 산지 등 자연을 총체적으로 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이것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기에 강릉캠퍼스에 자연기술센터를 창설하기로 했다.
천장에서 거꾸로 매달린 채로 자유롭게 걷거나 뛰어다니는 도마뱀의 발바닥은 우리에게 일명 ‘찍찍이’로 불리는 벨크로 접착기술을 탄생시켰고, 이젠 청색기술 혹은 청색산업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최근의 신조어로 이런 류의 기술 흔적을 더듬어 올라가면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에 와서 이것이 부각되는 이유는 대체적으로 두 가지로 모아질 수 있다. 그 하나는 그간 알지 못했던 생물체의 기작들이 이제야 발견되었거나, 다른 하나는 이미 아는 기작이었지만 인간세계에 활용할 단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관심 밖에 있었을 것이다. 녹색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고 알려진 이산화탄소에 대한 포집 혹은 방출을 막는 기술에 집중하는 산업이라면 청색은 지구에너지를 처음부터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기술을 목표로 한다. 녹색기술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 청색기술을 논하는 것은 이들을 적절하게 통합하는 융합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강릉캠퍼스의 자연기술센터에서는 이와 관련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교수들의 연구능력을 결합하여 신기술로 발전시키려 한다. 그 결과물은 학생들의 교육을 통해 취·창업으로 이어질 것이고 원천기술을 지역의 산업체와 공유함으로써 지역소멸 시대에 얼마간의 방어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