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출신 김진숙 시인이 시집 ‘비상구 혹은 그늘의 초상’를 펴냈다.
이번 시집은 사라져 간 것들에 대한 상실감과 그리움, 그리고 우리 주변의 그늘진 삶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김 시인은 차분하고 절제된 어조로 시를 풀어내며 변화와 상실 속에서 사람들의 온기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누렁이와 아이가 뒹굴던 마당이 없어졌다/라면처럼 고불고불 돌며 느린 발자국 받아주던/골목과 희망슈퍼도 없어졌다/사람냄새 꿉꿉했던 골목/밀고 밀리다…”(옛집中)
이 시에서는 발전의 상징으로 자리한 고층 아파트 뒤에 감춰진 옛 골목과 마당의 상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김 시인은 그리움과 아쉬움 속에서도 단순한 회고를 넘어 잃어버린 것들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다.
“벼룩시장/없는 게 없는 곳이지만 내 것은 없다/한 번도 앉아서 잠든 적 없는 야생마처럼…’(구직中)
시집은 공허함과 현실적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불안정한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의 내면을 담아낸다. 김 시인은 노숙인 문제, 청년 취업난, 간병과 요양 같은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담아 변화와 그로 인한 상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진숙 시인은 “습관처럼 혼자 서 있는 모퉁이 그늘에서 누가 오나 싶어 자꾸 기웃거리게 된다”며 “빈방에서 시를 쓰며 늘 한쪽 창의 불이 켜져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김진숙 시인은 빛 글 초대회장, 강원민예총 문학분과 회장, 춘천민예총 문학분과 회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