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호수에 물결을 일으키는 돌처럼, 관객들의 마음속 파동을 일으킬 영화들이 찾아온다. 가상화폐 대폭락 실화를 다룬 영화 ‘폭락’과 생명수를 숭배하는 사이비 종교에 빠진 여성의 일상을 담은 ‘파문’이 각각 개봉한다. 인물을 둘러싼 다양한 시선들 속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찾아가는 ‘페르소나:이상한 여자’도 베일을 벗는다.

■폭락=교육 1번지 서울 대치동으로 위장 전입한 도현. 하지만 이상은 멀기만 하고, 꿈꾸던 교환 학생의 기회는 장애를 가진 친구에게 돌아가 좌절한다.
우연한 계기로 교환 학생 기회를 거머쥔 친구가 사실은 장애인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 도현. 그는 정부 지원금의 맹점에 눈을 뜨고, 대학교 창업동아리에서 만난 동기 지우와 함께 청년·여성·장애 등의 가산점을 악용해 청년 창업 지원금을 수급한다.
“창업 지원금은 나랏돈으로 망해 보라고 주는 눈먼 돈”이라며 고의 부도와 폐업을 반복하는 도현은 이번엔 투자자 케빈에게 억대 후원을 받아 암호화폐 벤처를 창업한다.
그는 ‘MOMMY’ 코인을 개발해 역대 최고치의 실적을 내지만, 금융기관으로부터 모니터가 들어오게 되며 벼랑 끝으로 몰린다. 50조원 증발로 전 세계를 뒤흔든 루나 코인 대폭락 사태를 모티브로 한 작품은 날로 어려워지는 경제 사정에 의해 벼랑 끝으로 몰린 이들의 선택과 파멸을 조명한다. 15세 관람가. 101분.

■파문=‘카모메 식당’, ‘안경’ 등으로 위로를 건넨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신작으로 돌아왔다.
남편이 집을 나간 후 생명수를 숭배하는 사이비 종교에 빠진 요리코. 그녀는 병상에 누운 시아버지와 철없는 아들을 돌보던 주부였지만, 남편이 사라지면서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만다. 시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고 아들은 지방으로 취업해 떠난 뒤 남겨진 요리코. 마트에 나가 일을 하고 동료와 친구를 사귀며 일상을 찾아간다. 생명수에 기도를 올리고 정원을 정리하며 남편의 부재에도 익숙해진다.
그렇게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집을 나갔던 남편이 돌아왔다. 심지어 남편은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고백마저 풀며 잔잔했던 요리코의 마음에 커다란 파문을 일게 한다. 당장 눈앞에 놓인 고액의 치료비와 갑작스러운 아들의 선전 포고까지... 자신만의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려 했던 그녀의 삶은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의해 고민과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둘린다. 12세 관람가. 121분.

■페르소나:이상한 여자=대학로 작은 극단을 찾은 신입 단원 중 유난히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혜리’.
서울대를 졸업하고도 그저 재미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연극판에 발을 들인 그녀에 대해 사람들은 저마다 오해와 편견이 뒤섞인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한편 극단의 대표이자 연출인 ‘해영’은 연극협회를 둘러싼 정치, 극단 출연료 문제 따위에 휘둘리며 작품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하는 자신과 달리 순수한 예술적 열정을 드러내는 혜리의 모습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직접 캔 도라지로 차를 만들거나 절에 갔다가 교회에도 방문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의외성으로 뭉친 그녀.
하지만 흥미의 눈길은 날이 갈수록 수상한 소문으로 커져가고, 해영마저 혜리의 실체에 대한 의심에 빠져들고 만다.
진실과 거짓 사이 흐릿해진 경계를 담은 흑백 필름을 따라 그녀의 진짜 정체를 파헤쳐 본다. 15세 관람가. 11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