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뱀띠 문화예술인]⑤강상민 무대감독

- 무대 움직이는 손길, ‘보이는 주역’의 이야기
- 공연예술의 숨은 주역, ALL과 함께한 20년

◇강상민 무대감독(공연예술전문스태프협동조합 ALL 이사장)


무대 뒤에서 분투하는 스태프(staff)를 흔히 ‘보이지 않는 주연’이라 부른다. 하지만 그들은 늘 무대에 존재한다. 배우의 동선마다, 극의 음악과 조명으로 존재하는 그들은 ‘보이는 주역’이다. 공연예술 전문스태프 협동조합 ALL(올·이하 ALL)을 이끄는 강상민(47) 이사장 역시 그렇다. 어느덧 20여 년째 무대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는 그에게 스태프의 역할과 무대의 ‘맛’을 물었다.

“무대감독은 작품의 상상력을 무대에 실현하는 사람이에요. 무대의 가능성을 구상하고, 공연이 이어질 수 있게 하죠. 쉽게 말해 언제 조명이 켜지고, 언제 노래가 나오고, 언제 배우가 언제 나오는지 사인을 주며 운영하는 사람이에요.”

지금은 강원 공연예술계에서 그의 이름 석 자 모르는 이가 없지만, 시작은 우연했다. 2002년 춘천마임축제의 깨비로 활동하며 무대의 매력을 느낀 강 감독은 그 길로 공연예술 스태프의 길에 접어들었다.

“무대에 대한 동경에서부터 시작됐어요. 무작정 조명업체에 찾아가 일을 배웠고, 이후 서울에서 일했어요. 현장에서 부딪히면서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제 성격 상 무대감독이 더 어울린다는 걸 알게 됐죠. 무대감독은 조직의 역할과 분위기, 공연장의 분위기 까지도 관리해야 하거든요. 결국 그 길로 무대감독으로 방향을 틀었어요”

◇강상민 무대감독(공연예술전문스태프협동조합 ALL 이사장)


무대감독을 꿈 꾸며 다시 돌아온 고향 춘천. 하지만 첫 달 월급은 60만원이었고, 공연계의 혹한기인 1~3월은 수입이 없다시피했다. 그래도 계속했다. 국내는 물론 세계 무대의 작품들을 보며 무대를 그렸다.

무대를 동경하던 청년은 평창대관령음악제, 춘천마임축제, 강원무용제 등 굵직한 무대들을 그의 손으로 꾸리는 베테랑 감독이 됐다. 하지만 그의 꿈은 계속됐다. 함께 걷는 동료들과 뒤 따라올 후배들의 길이 좀 더 평탄하기를 바랐고, 2020년 공연예술 전문스태프 협동조합, ALL을 세웠다.

“2012년에 결혼을 했는데, 프리랜서다 보니 대출 등에 제약이 많더라고요. 경력이 쌓이면서 수입이 늘어났지만 4대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등 제약은 여전했어요. 스태프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고, 비슷한 경력의 동료들과 뜻을 모아 ALL을 세웠죠.”

함께 꾸는 꿈은 반드시 현실이 된다고 했던가. 현재 ALL의 식구는 10명으로 늘어났고, 지난 2023년에는 사회적기업 인증도 획득했다. 누구도 걷지 않은 길을 걸어온 ALL은 이제 함께 걸을 이들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춘천문화재단과 공연예술 전문 스태프 아카데미 ‘막’으로 5기수에 걸쳐 인력을 양성했으며, 문화프로덕션 도모와 필리핀에서 세부 국제연극제 스태프들의 현장 교육을 맡았다.

“후배들에게 늘 우리는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이기에, 이름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요. 매 공연마다 평가를 받으니 항상 깨어있어야 하고 항상 긴장해야 하죠. 부지런히 지식을 쌓고 무대에 대한 신념을 기르라고 해요.”

◇춘천문화재단과 공연예술전문스태프협동조합 ALL이 함께한 ‘공연예술 전문 스태프 아카데미 막’


일흔이 넘어서도 일하고 싶다는 강상민 감독. 마지막으로 그의 꿈을 물었다.

ALL의 스튜디오를 갖고 싶어요. 공연예술 스태프들은 무대를 연구하거나 연습할 공간이 거의 없어요. 새로운 사옥을 만들어 ALL은 물론 지역 스태프들에게도 개방하고 싶어요. 그곳에서 마음껏 연구하고 실험하며 우리의 다음 무대를 그리는 게 제 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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