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뱀띠 문화예술인]④이현순 강원서학회장

◇이현순 강원서학회장

먹과 붓으로 삶을 다듬어 온 이현순(71). 그의 붓 끝에서 피어난 예술 세계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깊이를 더하고, 열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느림의 미학 속에서 그는 자신만의 철학을 정립하며, 강원도 서예의 가치를 굳건히 새겨왔다.

학문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그는 자녀에게 공부를 가르치고싶다는 생각으로부터 스스로 공부를 시작하다 서예의 길로 접어들었다. “아이들을 가르치기에는 내가 너무 부족하다고 느껴 향교에 가 공부를 시작했어요. 특히 한문을 배우며 자연스럽게 서예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새벽 4시30분 첫번째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일주일에 두번씩 서울로 가서 서예 배우는 일을 반복했죠.”

◇이현순 作

그는 서예가 내면의 평화를 찾고, 차분히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예술이라고 설명했다. 서예는 그에게 단순한 예술이 아닌 ‘느림의 미학’ 속에서 마음을 다듬고, 삶의 깊이를 더하는 과정이다. “서예는 먹의 향과 함께 시작됩니다. 먹을 갈며 마음을 정리하고, 붓을 잡아 한 획을 내리기까지의 모든 시간이 서예라고 할 수 있어요. 1시간 넘게 먹을 갈며 오늘 무엇을 쓸지, 어떤 그림을 그릴지 계획하면서 마음을 정리하는 모든 것이 서예의 일부라고 할 수 있죠.”

그의 말처럼 서예는 단순히 글씨를 쓰는 것을 넘어, 삶의 리듬을 천천히 조율하는 과정이었다. “서예의 매력은 누구나 나이에 상관없이 시작해 끝까지 할 수 있고, 몸이 불편해도 혼자 내면을 성찰하며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이라는 점이예요. ”

서예와 문인화를 통해 강원도 지역의 예술적 기반을 넓히고자 했던 그는 교육과 공모전을 통해 전통 예술의 가치를 대중에게 알리는 데 주력했다. “서예학원을 열고 학생들이 많이 다녔는데 처음에 집중하지 못하던 학생들이 먹을 갈고 바른 글씨를 써가며 변화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후 차상찬 기념 학생 휘호 대회를 주관하며 그는 지역 청소년들에게 서예의 가치를 전했다. 이현순씨의 이러한 노력은 서예와 문인화가 강원도의 정체성을 담아내며 현대에서도 여전히 빛나는 가치를 지닌 예술로 자리 잡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현순 作

이 모든 노력의 중심에는 그의 철학이 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사자성어는 ‘심직필정(心必正)’이다. ‘마음이 올바르면 글씨도 올곧다’라는 이 사자성어는 서예를 대하는 그의 태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학원 한쪽 벽에 걸린 그의 작품은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다짐이자, 서예를 통해 삶을 정돈하고자 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먹의 은은한 향과 붓질의 정취가 가득한 학원에서 나눈 대화는 서예가 가진 깊은 매력을 온전히 느끼게 했다. “나쁜 것보다는 좋은 것을 떠올리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합니다.” 이현순씨의 붓 끝에서 완성된 글씨와 그림은 서예를 통해 찾은 삶의 철학과 긍정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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