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국내 최대의 석탄 생산지로 번성했던 태백, 삼척, 영월, 정선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성지’였다. 광부들의 희생과 땀은 나라 경제를 지탱했고 주민들은 활기찬 광산촌에서 희망을 품고 살았다. 하지만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로 인한 이들 지역의 급격한 쇠퇴는 지역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광산이 문을 닫아 수만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뚜렷한 대체 산업 없이 방치된 지역경제는 급속히 침체됐다. 폐광 이후의 삶은 마치 시계가 멈춘 듯하다. 희망을 찾기 위해 떠난 청년들의 빈자리를 노인들이 채웠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학교의 폐교 소식으로 대체되었다. 장 보러 가는 길은 먼 거리가 되었고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인근 대도시로 가야 하는 현실은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과거 광산촌의 번영을 떠올리며 박제된 듯 남아 있는 광부들의 동상은 한때의 영광과 지금의 처참함을 동시에 상기시킨다. ▼남겨진 광부들은 과거의 노동 환경에서 얻은 진폐증과 같은 직업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고립감과 외로움 속에서 살아간다. “여기가 우리 고향이라 떠날 수 없다”는 말은 떠나고 싶어도 갈 곳 없는 현실을 대변한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자신의 땅과 마을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품고 있다. 지역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전통 시장을 활성화하고, 폐광지역을 활용한 새로운 산업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태백과 정선의 석탄박물관은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며 강원랜드와 같은 기업은 지역 경제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한 희망의 상징이다. 그러나 이들 지역의 진정한 회복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창간 80주년을 맞은 강원일보는 2025년 국영탄광 완전폐광을 맞아 석탄산업의 100년 역사와 의미를 집대성하고 산업유산으로의 문화적 의미·가치를 재발견하기 위해 폐광지 탄광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대장정에 나선다. 그 작업이 폐광지역의 고통을 역사로만 남기지 않으며 새로운 미래를 위한 희망의 씨앗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