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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생존권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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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신은 장화 속에/땀방울인지 빗물인지 가득 고여/발 한번 옮길 때마다/철벅거리는 게 싫었지만/퇴근 시간이면 부서진/석탄 덩어리 몇 개 주어 담아/머리에 이고 아이들 품으로/돌아가는 게 엄마였기에 좋았다”

20년을 탄광에서 선산부로 일하며 일흔넷의 나이에 등단한 광부엄마 전옥화 시인은 ‘지독한 가난’의 시를 통해, 과거 탄광지역 엄마들의 일상과 삶을 조명했다.

▼강원일보가 지난해 기획보도한 광부엄마는 관훈언론상을 비롯해 한국기자협회 제406회 ‘이달의 기자상’과 한국사진기자협회 제258회 ‘이달의 보도사진상’,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달(8월)의 좋은 보도상’, ‘제2회 Q저널리즘상’ 등에 선정됐다.

탄광의 유일한 여성 노동자였던 선탄부의 현실을 재조명하고, 다큐영화를 제작하는 독창적인 접근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이끌어 냈고, 특히 선탄부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남성광부들에 비해 불리한 진폐증 진단기준을 고발해 호응을 얻었다.

▼석공 장성광업소 폐광에 이어 도계광업소가 오는 6월 폐광이 계획돼 있다. 폐광은 곧 지역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일자리 상실에 따른 인구유출이 우려되고, 지역소멸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엄동설한 추위에 폐광지역 주민들이 또 다시 거리에 나섰다.

지난 2000년 10월10일 석공 중앙갱 폐쇄에 반발해 주민들이 총궐기에 나섰던 도계살리기 생존권 투쟁이 재발되고 있다.

폐광을 6개월 앞둔 지금 국가의 자원정책과 90년을 석탄산업과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희생해온 광부들과 지역주민들이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그 어떤 대책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결국 주민들은 생존권 보장없는 석공 폐광을 반대한다는 입장과 함께 대한민국 석탄산업의 성지, 광물자원사업의 산실인 도계읍의 생존대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삼척시가 의지를 갖고 추진중인 중입자 가속기를 통한 의료클러스터 구축사업은 석공 폐광을 조건으로 약속된 대체산업이지만, 예타 대상에 편입한 것도 모자라, 폐광 6개월을 앞두고도 진전이 없다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이자, 주민 기만이며, 폐광주민들을 사지(막장)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 생각이다.

폐광지역 대체 계획을 조속히 확정하라는 주민들의 생존권 투쟁이 막장이 아닌 새로운 길을 터 주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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