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종홍칼럼]자치단체장은 사리사욕을 채우는 자리가 아니다

김진하 양양군수·심규언 동해시장 구속
공직사회에 대한 주민 신뢰 땅에 떨어져
지방자치분권시대 반면교사로 삼아야

김진하 양양군수와 심규언 동해시장이 잇따라 구속돼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두 자치단체장 모두 3선이라는 점에 더 큰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김 군수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과 뇌물수수, 강제추행 혐의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와 양양국제공항 활성화 등 각종 현안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하는 양양군으로서는 행정 공백이 우려되는 대형 악재다. 더욱이 김 군수는 그동안 자신에 대한 의혹에 어떤 해명과 사과도 없어 군민과 공직사회의 혼란과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난까지 쏟아지고 있다. 현재 지역 주민들은 김진하 군수에 대한 주민소환제도를 추진 중이다. 양양군선거관리위원회는 서명부 열람과 당사자 소명 절차 등을 마치는 대로 이르면 다음 달 중 주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양양군 전체 유권자 2만5,136명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과반수 이상 찬성할 경우 군수 해임이 발효된다. 2011년 이후 강원지역에서 접수된 주민소환투표 청구는 모두 7건이지만 실제 투표까지 이뤄진 사례는 2012년 원자력발전소 유치 문제로 촉발됐던 김대수 삼척시장뿐이다. 당시에는 투표율이 유권자의 3분의 1에 미치지 못해 시장직 상실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이번에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민들 “부끄럽고 창피하다”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심 시장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지난해 마지막 날인 12월31일 구속된 상태에서 기소됐다. 이 때문에 동해시는 역대 민선 시장 4명 모두 사법처리 대상자가 되는 흑역사를 갖게 됐다. 동해시의 오욕은 김인기 동해시 초대 민선 시장부터 시작됐다. 그는 재선된 후 재임 중 업자와 시청직원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00년 구속됐다. 민선 3기 시장이던 김진동 시장은 2006년 8월 대법원에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물러났다. 김인기 시장의 동생인 김학기 시장은 2012년 수도권 이전 기업으로부터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고 하수처리시설 입찰업체와 친인척의 돈거래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돼 형과 똑같은 길을 걸었다. 심 시장의 구속 기소로 시민들의 동해시에 대한 신뢰는 또다시 땅에 떨어졌다. 시민들은 “부끄럽고 창피한 것은 왜 시민의 몫이냐?”며 추락한 지역 이미지에 수치스러워하고 있다.

다산 정약용은 지방 수령들에게 엄격한 자기절제를 강조했다. 그는 “벼슬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두려워할 ‘외(畏)’자 뿐이다. 법을 두려워하고 백성을 두려워하고 마음에 언제나 두려움을 간직하면 혹시라도 방자하게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모든 자치단체장들이 명심해야 할 경구다. 비리는 기형적으로 비대한 권한에서 싹튼다. 자치단체장들이 권한을 남용할 때부터 이미 독버섯처럼 자라기 시작한다. 일부 자치단체장은 횡포나 다름없는 권한을 행사하면서 권리로 착각한다. 위임받은 권한에 불과하다는 사실조차 망각한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근거해 부당한 보복과 특혜를 일삼는다. 이 과정에서 비리가 싹트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들에게 주어진 권한은 주민이 위임했다. 그런데 4년짜리 임기제 시장, 군수직을 무한 권력인 양 행사하고 있다. 공직은 사리사욕을 채우는 자리가 아닌데도 말이다.

특권 아닌 봉사·헌신 실현을

자치단체장들은 김 군수와 심 시장의 구속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자치단체장의 부당한 권한 행사는 지금도 자치단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혹시라도 명예와 권력, 돈을 몽땅 갖겠다는 자치단체장이 있다면 당장 사퇴하는 게 맞다. 자치단체장의 부정부패는 개인적 잘못이 아니라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키고 각종 지역 현안 사업의 추진 동력을 빼앗아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다.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직선제 도입으로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방자치가 올해 30주년을 맞은 이래 도내 3선 자치단체장의 잇단 구속은 처음이다. 그동안 많은 자치단체장들이 뇌물수수, 선거법 위반, 권한 남용 등의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았다.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할 악몽이다. 공직은 개인의 명예와 특권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주민을 위한 봉사와 헌신을 실현하는 자리다. 자치단체장은 업적을 쌓는 일도 중요하지만 청렴과 도덕성을 유지하며 유권자를 존중하고 자신을 뽑아준 주민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목민관의 역할이 더 요구되는 자리다.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