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월요칼럼]2025년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이한 한국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이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현재 한국이 겪고 있는 탄핵정국은 현 정부의 대외정책적 불확실성을 전세계에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보여주는 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 역시 취약한 지지기반에 서있어 최근 주요 정당 간 대연정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으나, 현실화되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62년 만의 정부 불신임 가결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총리를 임명했으나 그 역시 불신임 압박을 받고 있다.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도 이번 달 23일 총선을 앞두고 있으며 기독민주당과 기독사회당의 연합이 내세운 프리드리히 메르츠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캐나다 역시 올해 조기 총선을 치룰 가능성이 높아, 트뤼도 총리도 조만간 교체될 전망이다.

물론, 가장 극적인 변화는 바로 미국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1월20일 취임 즉시 1기 행정부의 정책을 복원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2024년 선거 결과 미국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한 상황이기 때문에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 정책은 더욱 탄력을 받을 예정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취임할 일론 머스크는 최근 유럽 주요국 내 극우 정당에 대한 지지 발언으로 내정간섭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 극우 정당과의 연대를 도모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어 국제관계에도 큰 도전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럽의 많은 극우 정당은 러시아와 연결되어 있다.

요컨대 이념과 정파를 넘어서 현직 지도자, 기존의 국제질서에 대해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이 현저히 늘어가고 있고, 이것은 각국의 정권 교체와 정치적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왜 이러한 불만이 현저히 나타나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요인을 지적할 수 있다. 경제적 불안, 소득 불평등, 문화적 갈등 등의 기저 원인들에 기반한 양극화된 정치 지형, 그리고 이를 악용하고 극대화하는 포퓰리스트 정치인들과 소셜네트워크 플랫폼 등도 그 원인 중 하나이다.

중요한 것은 그 기저의 원인들이다. 결국 그러한 기저의 원인들이 보여주는 것은 유권자들이 현재의 정치, 경제, 사회적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고, 과거에 비해 나아지지도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자극적인 언사로 유권자를 선동하여 자기의 정치적 지지만을 획득하려는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은 지속 가능한 국가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없다. 그 어느 때보다도 통합의 정치가 전 세계에 필요한 상황이며 이것이 대외적 불확실성을 상쇄할 수 있도록 민주주의 국가들 간의 소통도 필요할 것이다.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시작되었을 때,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는 “초불확실성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2025년은 그보다 더 상황이 좋지 않다. 민주주의 진영의 불확실성도 있지만, 소위 권위주의 진영 내부의 불확실성도 작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경우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도 문제지만, 휴전 이후 경제 복구가 더 큰 문제일 것이다. 시리아의 붕괴에서 알 수 있듯 중동 정권들의 취약성은 러시아의 취약성을 반증한다. 중국 역시 경기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이후 중국에 대한 대규모 관세 및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공언한 바 있다. 시진핑 주석 스스로 만든 독재 권위주의체제의 특성상 경제 실패의 책임도 온전히 그가 져야할 것이다. 이란에 대해서도 트럼프 당선인은 1기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최대압박’을 통해 경제압박을 가할 예정이다. 신냉전 내러티브에 천착하는건 우리의 시야가 좁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북아를 넘어 전세계로 시야를 넓혀보면, 분열하는 다극체제가 보일 것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어서 대비할 수 있도록 우리의 정치적 안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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