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The 초점]웰다잉과 고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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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현 국제장례지도사교육원장

이세현 국제장례지도사교육원장

겨울철이면 노인들의 사망률이 높아진다. 신체 기능이 저하된 노인들은 날씨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떨어져, 사망률을 높이는 질환에 취약해지는 것이다. 한때 ‘웰빙’이라는 단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웰빙이란 좋은 환경에서 좋은 음식을 먹으며 행복한 삶을 누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웰다잉은 잘 죽는 법을 준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품위를 지키며 삶을 마무리하는 것을 뜻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웰다잉 지원사업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웰다잉 지원사업은 사람들이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며 더 나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위해 대화나 교육 프로그램, 상담 등을 제공하며 죽음과 관련된 문제를 다룬다. 또한, 죽음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 내용으로는 나의 인생 그래프 그리기, 인생 지도 그리기, 버킷리스트 작성, 영정사진 및 가족사진 촬영, 장례식 체험, 유언과 상속에 관한 법률 특강 등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죽음이 멀리 있는 것처럼 살아간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세상의 모든 동식물이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쳐 결국 소멸한다는 것이다. 인간도 다르지 않다. 생의 마지막 관문은 죽음이다.

만약 아무런 준비 없이 살다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다면, 주변의 가족과 지인들은 황망하기 그지없다. 필자가 웰다잉 강의를 하며 자주 듣는 말은,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덧 이 나이가 되어 인생의 황혼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그것이 인생인 것이다.

옛 동양 고전 서경(書經) 홍범(洪範) 편에서는 인간이 향유하는 다섯 가지 복을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이라고 했다. 이는 오늘날 웰빙과 웰다잉의 개념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복을 소원한다. 서경에서는 이 복을 선량한 백성들이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즉, 오래 살면서 재물에 궁핍함이 없고, 몸과 마음이 편안하며, 덕을 갖추고 천수를 누리다가 편안히 죽음을 맞이하는 복, ‘고종명’을 많은 사람들이 바란다.

작고하신 필자의 조모님이 떠오른다. 조모님은 “잠자는 것처럼 죽었으면 좋겠다”고 자주 말씀하셨다. 그러나 그 바람과는 달리 치매로 고생하시다 소천하셨다. 이처럼 죽음은 자신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2004년 대법원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의 제거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이후, 2016년에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약칭 연명의료결정법, 일명 존엄사법)이 제정됐고, 2018년에 시행됐다. 이로써 회생 가능성이 없는 사망 임박 환자들이 자신의 결정에 따라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기반, 즉 죽음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법적 근거가 갖춰졌다.

그러나 고독사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무연고 사망자는 매년 늘고 있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연간 약 5만 건의 고독사가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다. 우리 강원도의 경우 2023년 1인 가구 수는 10만 3,101가구로, 5년 전보다 33.4% 증가했다. 강원도민 100명 중 24명이 노인이다. 지난 5년간 강원도에서 발생한 고독사 수는 612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고독사는 가족, 친척, 사회로부터 단절된 채 홀로 지내다 아무도 모르게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에 시신이 오랫동안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죽음을 처리해줄 주변 사람이 없다는 것은 인간이 생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불행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고령화, 핵가족화 등 현대 사회의 구조적 요소가 초래한 병리적 현상이다.

정부는 고독사로 인한 개인적, 사회적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2020년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2021년 시행에 들어갔으나 실질적인 해결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진정한 웰다잉, 즉 고종명의 복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고민해 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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