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새영화]“살아서 꼭대기까지 가야죠” 낯선 땅에서의 파란만장 생존기

①보고타:마지막 기회의 땅 ②시빌 워:분열의 시대 ③총을 든 스님(사진왼쪽부터)

새해를 맞은 극장가에 연이은 대작들이 찾아온다.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에 한 줄기 희망을 찾으러 간 이민자들의 역경을 담아낸 ‘보고타:마지막 기회의 땅’이 베일을 벗는다. 극단적 분열에 다다른 디스토피아를 그린 ‘시빌 워:분열의 시대’와 역사상 첫 번째 선거를 앞둔 부탄 사람들의 여정, ‘총을 든 스님’도 관객들을 만난다.

■보고타:마지막 기회의 땅=희망 없는 인생, 기회는 바로 그곳에 있었다. 1997년 IMF의 후폭풍을 피하지 못한 국희와 가족들은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다. 낯선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인 상인회의 권력을 쥔 박 병장 밑에서 일을 시작한 국희. 성실함으로 박 병장의 눈에 띈 국희는 박병장의 테스트로 의류 밀수 현장에 가담하게 되고, 콜롬비아 세관에게 걸릴 위기 상황 속에서 목숨 걸고 박 병장의 물건을 지켜내며 박 병장은 물론 통관 브로커 수영에게도 강렬하게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곧 수영이 국희에게 위험한 제안을 하고, 이를 눈치 챈 박 병장 또한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국희를 시험에 들게 한다.

본인의 선택으로 보고타 한인 사회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음을 체감한 국희는 점점 더 큰 성공을 열망하게 되는데... 돈 앞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는 현실을 영화는 가감 없이 그려낸다. 돈이 생존을 위한 생명줄이자, 계층 이동의 티켓이 돼 버린 시대를 꼬집는 작품은 30여년 전을 배경으로 하지만, 2025년의 한국사회에 묘한 기시감을 불러 일으킨다. 15세 관람가. 107분.

■시빌 워:분열의 시대=세상이 둘로 갈라졌다. 당신은 어느 편인가? 극단적 분열로 역사상 최악의 내전이 벌어진 미국. 연방 정부의 무차별 폭격과 서로를 향한 총탄이 빗발치는 상황 속에서 기자 ‘리’와 ‘조엘’, ‘새미’, 그리고 ‘제시’는 대통령을 인터뷰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향한다. 내 편이 아니라면 바로 적이 되는 숨 막히는 현실, 이들은 전쟁의 순간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마주하게 된다. 캘리포니아 주와 텍사스 주를 주축으로 한 ‘서부군’과 나머지 19개 주가 뭉친 ‘플로리다 동맹’의 분리독립이라는 가상 현실을 바탕으로 영화는 예측 불가능한 전쟁의 참혹함을 전한다.

전쟁의 한가운데 위태롭게 서있는 자유의 여신상. 낮과 밤을 분간할 수 없게 붉게 물든 세상, 화염에 휩싸여 폐허가 된 도시까지. 네 명의 기자의 시각으로 디스토피아의 잔인한 단면을 그린 영화는 영화 밖에도 존재하는 분열과 증오의 세상에 넌지시 경고를 던진다.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진짜 공포다. 15세 관람가. 109분.

■총을 든 스님=2006년의 부탄 왕국. 마침내 지구상에서 가장 늦게 텔레비전과 인터넷이 도착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민주주의다. 국왕이 자진해서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민주주의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왕정국가 부탄에서 역사상 첫 번째 선거가 시작될 예정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투표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당국은 모의 선거를 마련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파란당, 빨간당, 노란당 선거로 인해 서로 반목하기 시작한다. 이런 와중에 선거 감독관은 마을의 존경을 받는 큰 스님이 총을 구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되는데...

부탄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은 벤쿠버국제영화제, 로마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등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민주주의의 새 바람이 불러온 일련의 사건들을 적절한 긴장감과 유머로 버무려 탄생한 세상에서 가장 무해한 코미디 영화! 웃음을 따라간 곳에서 마침내 마주하는 깨달음을 소개한다. 전체 관람가. 107분.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