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살다 그대로 길이 되어버린 고양이를 보고요,
피자집 아저씨는 굶어 죽은 거라며 슬쩍 고개를 돌리고요. 편의점 아주머니는 자동차 바퀴에 깔려죽은 거라며 질끈 눈을 감아요. 능소화 활짝 핀 빨간 벽돌집 할머니는 쥐약을 먹은 거라며 혀를 끌끌 차고요. 고양이 사료와 물을 챙겨주던 캣맘은 몹쓸 사람들의 짓이라며 울먹 거리지만요.
우리 동네 골목대장 까망이는 죽지 않았어요. 내가 오늘 스케치북에 그린 고양이 마을로 이사 왔거든요.
고양이 마을에 사는 고양이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요. 따뜻한 고양이 분유와 고양이 전용 참치 통조림을 배불리 먹은 후에요. 개박하 향기 물씬한 방석 위에 뒹굴뒹굴 뒹굴다 조금 전 잠들었어요.
한잠 자고 일어나면 인간 세상에서 경험했던 나쁜 기억들은 싹 잊히고요. 행복하고 감사한 날들이 까망이를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고양이 마을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와 장난감은 또 얼마나 많은데요.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사색하고 싶으면 사색하고 놀고 싶으면 놀면 돼요. 삼백육십오 일 창가에 오도카니 앉아 접시꽃 핀 정원만 내다보아도 좋아요. 내일은 무얼 먹고 어디에서 잠을 자야 할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요. 엉덩이에 뿔난 사람들을 피하려 차들이 씽씽 달리는 도로에 함부로 뛰어들지 않아도 돼요.
아무렴, 이곳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냥 좋은 고양이 마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