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고 했던가. 한 해를 돌아보는 글을 준비하면서, 들춰 본 올해의 첫 칼럼은 “비상하라! 강원경제”였다. 연초 강원경제가 건설투자는 부진하겠으나 소비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칼럼의 말미에 언급했던 하방리스크들, 관광객 감소와 내수 부진이 일부 현실화됐다. 이에 더해 연말의 변란(變亂)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크게 증대시켰다. 비상(飛上)보다는 비상(非常)에 가까운 한 해였다.
올해 지역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국내경기는 IT 부문을 중심으로 대체로 견조했던 수출 덕택에 양호한 모습을 보였으나 내수의 회복 흐름은 여전히 더디다. 소매판매액 지수는 올해 3분기까지 10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하고 있다. 강원지역의 소매판매도 올해 들어 3분기 연속 줄어드는 모습이다. 또한, 강원지역 방문자 수도 올해 1~11월 중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다. 이러한 내수 부진은 자영업자들의 경영 상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은행 강원본부가 분석한 결과, 올해 음식점과 소매업체의 폐업률은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인다.
변란 이후 지역경제 불황의 그늘은 더욱 짙어지는 모습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자영업자 두 명 중 한 명꼴로 이 같은 사태로 인한 피해를 봤다고 한다. 탄핵안 가결로 인해 정치 프로세스의 예측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하나 정치적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특히, 과거 두 차례 탄핵 사례와는 달리 현재 우리의 대외여건은 우호적이지 않다. 2004년은 중국의 고성장, 2016년은 반도체 경기의 호조 등 양호한 대외여건이 수출 개선을 통해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지금은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고, 주력산업의 글로벌 경쟁도 심화된 모습이다. 15년 만에 1,470원을 돌파한 환율 역시 불안 요소다. 결국 현재의 소요가 불리한 대외여건과 중첩돼 소비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것이 가장 우려된다.
이러한 여건 아래서 내년 을사년(乙巳年)의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한국은행은 지난 11월, 견조했던 수출이 둔화되면서 경제성장률이 금년 2.2%에서 내년 1.9%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강원경제 역시 가시밭길이다. 우선, 강원지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투자가 내년에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에 이어 올해에도 크게 위축된 신규 착공의 영향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내년도 강원지역 SOC 국비 예산도 올해 수준에서 유지되기 때문이다. 소비는 물가 안정세와 금융여건 완화 등으로 회복 흐름을 보이겠으나 취약계층의 소비여력 개선 지연 등으로 크게 나아지긴 어려워 보인다. 특히, 중국의 무비자 정책 등으로 해외여행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강원지역 관광업의 회복도 지연될 우려가 있다.
이렇듯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2.0%)을 하회할 위험이 크다. 더 이상 경제심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그래서 내년을 120년 전처럼 ‘을씨년’스럽게 만들지 않도록 경제에 관한 문제는 여야정이 신속하게 합의해 처리할 필요가 있다.
흔히 아침이 오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고들 한다. 올 한 해, 이 새벽을 함께 걸어왔고, 또 걸어갈 강원특별자치도민들에게 위로의 인사를 건넨다. “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시간은/ 반으로 접힌다/ 펼쳐보면 다른 풍경이 되어 있다”(‘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 안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