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청봉]다시 만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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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우 취재담당 부국장

2024년 12월 14일 오후 5시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렸던 국회 본회의장. 의사봉을 잡은 우원식 국회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찬성 204표대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음을 선언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윤석열 탄핵'을 외치던 200만명의 시민들은 숨소리 조차 죽인채 대형 모니터를 바라보던 시민들은 대통령의 탄핵 가결 발표에 환호성을 질렀고 서로 얼싸 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비록 거리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집과 다양한 장소에서 TV를 보며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많은 국민들도 박수와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3일 계엄선포 직후 부터 거리에 나선 수많은 시민들은 위정자들에게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최고의 권력을 가진 대통령을 뽑아주기도 하지만 그 권력이 국민과 국가가 아닌 개인, 또는 특정 집단을 위해 악용될 경우 언제 든 손에 쥐어 주었던 권력을 다시 거둬들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을 마비시키고 국헌을 문란케 한 '비상계엄'에 대해 “고도의 통치 행위 였다"며 맞서고 있다. 더 나아가 탄핵 직후 발표한 담화문에서 "잠시 멈춰서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면서 헌법재판소에서 잘잘못을 따져보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그는 이날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국가 위기와 혼란을 자초한 것에 대한 사과 대신 지난 2년 반의 국정운영을 자화자찬 하는데 주력했다.

우리나라는 헌법 제1조 1항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임을 적시하고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의 권력을 분리해 놓았다. 이들 세개의 기관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각각의 역할과 권한으로 특정 기관의 독주를 막기 위해 서로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역할을 맡고 있다. 때문에 삼권분립은 대한민국이 입헌 민주주의 국가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하지만 대통령제를 선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행정부의 권력은 입법부와 사법부 보다 상대적으로 강하다.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국군 통수권을 갖고 있으며 내란과 외환의 죄가 아닌 이상 재직중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특권도 누린다.

이처럼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한밤중에 전시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만 가능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하루의 고된 일과를 마무리 하고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휴식을 취하던 그 시간, 대통령은 왜 군을 동원해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억압하는 극단적 방법을 동원했을까?

혹시 그는 박정희와 전두환 처럼 군을 앞세워 입법과 사법까지 자신의 통제에 두는 '독재 권력'을 원하지는 않았을까? 21세기 대한민국을 군을 통해 또다시 엄혹한 군사독재 시절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는 않았을까? 수많은 피와 눈물로 독재 권력을 끌어내리고 민주화를 만들어 낸 대한민국 국민을 받들어 모셔야 하는 '권력의 원천'이 아니라 '개·돼지' 처럼 통치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국민들은 윤 대통령의 탄핵으로 바람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웠던 국가 위기 사태가 한 고비를 넘기게 됐다며 안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길은 멀기만 하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함께 목놓아 부른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처럼,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언제까지라도 함께 하는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 우리는 이제 '다시 만난 세계'를 만들어 가기 위한 첫 발을 내딛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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