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국회의 정부예산안 심의는 그 어느 해보다 격랑 속에서 진행됐다. 사상 초유의 비상계엄 상황과 탄핵 정국은 여야 간 정치적 대립을 극단으로 몰아넣었고 그 결과로 강원특별자치도(이하 강원도)가 기대했던 4,000억원 이상의 국비 증액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야당 단독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으며 이는 강원도가 국회의 협력을 바탕으로 추진하려던 필수적인 국비 사업들을 위기에 빠뜨렸다. 강원도가 요청했던 예산 증액안은 지역민들의 생활과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과제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정치적 혼란으로 이들 사업의 추가 확보는 좌절됐다. 이는 곧 지역 발전의 정체로 이어질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예산 심의라는 국가 운영의 핵심 과정이 정치적 대립의 희생양이 되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국회는 통상 여야가 협의해 예산안을 조정하고 통과시키지만 이번에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독단적으로 감액 예산안을 처리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탄핵 정국은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흔들었다.
대통령 탄핵과 비상계엄 선포는 국회의 논의 과정을 차단하고, 정부와 여당의 효율적 대응을 어렵게 만들었다. 예산 심의는 각 상임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장기간 논의와 조정을 거쳐야 하지만 여야 대립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합리적 논의는 기대하기 힘들었다. 강원도가 요청한 국비 증액안은 정부와 국회 모두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정치적 혼란 속에서 사실상 외면당했다. 국회는 지난 10일 본회의를 열고 앞서 민주당이 11월 예결위에서 정부원안(677조4,000억원) 대비 4조1,000억원을 감액처리한 수정 예산안(673조3,000억원)을 의결했다. 강원도는 이미 정부예산안 단계에서 국비 9조7,070억원을 확보, 당초 목표를 달성했으나 SOC, 첨단산업, 폐광 대응 등의 필수 국비가 일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증액이 필요한 53개 사업(4,060억원)을 국회 예결위는 물론 각 상임위에 제출하고 두 달여간 국회 설득에 주력해 왔다. 이 중에서도 SOC, 미래산업, 폐광 등 3개 분야 10개 사업(754억원)은 필수 사업으로 꼽힌다.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강원도는 주어진 현실을 냉철히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은 추가경정예산을 활용한 국비 확보에 나서야 할 때다. 내년 초 정부가 추경을 편성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이번에 삭감된 예비비를 복원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이를 계기로 주요 현안 사업들의 예산을 가져오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예산안이 통과된 지금부터 추경 심의까지의 시간이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이다. 이 과정에서 도 출신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막중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강원도 발전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당리당략을 초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