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동해선 개통, 지역발전 기회로

최재석 강원자치도의원

2025년 새해가 되면 강릉에서 부산까지 기차로 여행할 수 있게 된다. 철도가 지나는 도시들은 벌써 ‘동해안 철도관광 시대’, ‘1일 철도관광 시대’ 같은 청사진을 내걸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필자는 동해중부선 철도 개통 소식을 접하면서 50여년 전 중학생 시절 경주로 떠났던 수학여행이 떠올랐다. 지금은 동해시가 된 삼척군 북평읍에서 경주까지 비포장 국도로 7시간이 걸렸다. 먼지 날리던 7번 국도가 4차선 포장도로 바뀌었고, 차량 행렬이 줄을 잇고 있지만 강원 남부권과 경북 북부권을 잇는 동해안 구간은 여전히 대표적인 교통 오지로 남아 있다. 경부 축과 서해안 축이 촘촘한 교통망으로 연결되면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지만, 동해안 축은 지금까지 7번 국도만으로 버텨 왔다.

이러한 교통 오지에 드디어 기찻길이 열린다. 삼척에서 포항까지 동해중부선 166㎞, 2008년에 착공해 16년이 걸렸다. 삼척~강릉 간 기존 노선을 개량하면 강릉~부산 354㎞를 KTX 이음 기준으로 2시간 35분이면 주파할 수 있다. 가히 교통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쉽게 예단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KTX 강릉선은 고속철도의 파급효과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KTX 강릉선은 한때 경제성에서 의문이 제기됐지만 지금은 대표적인 흑자 노선이며, 경포해변 일대는 젊은이들의 성지가 됐다. 2020년부터 KTX 이음 열차가 운행을 시작한 동해시도 2시간이면 서울까지 정시에 도착한다. 주말이면 외지에서 많은 젊은이가 찾아와 맛집 앞에 긴 줄이 늘어서는 풍경도 생소하지 않다.

그러나 일일생활권이 되면서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인구 또한 늘고 있다. 이른바 ‘KTX 빨대효과’다. 특히 의료, 문화, 교육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고속철도 개통으로 접근성이 개선된 것은 분명하지만 지역경제 활성화와 직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동해선 철도와 연결된 대구 경북권은 상주인구 500만명, 부울경 경제권은 760만명이나 되는 거대 경제권이다. 자동차와 조선, 해운물류는 세계와 겨루고 있고 볼거리와 먹거리도 차고 넘친다.

동해선 철도 개통은 반갑지만, 오는 사람보다 나가는 사람이 많아서야 되겠는가? 철도 여행객들은 목적지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버스와 택시 같은 연계 교통망을 제대로 갖춰야 하겠다. 크고 요란하지 않아도 그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색 있는 볼거리, 먹거리는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신노년층을 위한 콘텐츠는 어떤가?지역 간 칸막이도 없애야 한다. 관광객에게 행정구역상의 경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상생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자치단체와 민간은 물론, 광역자치단체 간의 협력도 필수다.

물류 인프라의 확충도 중요하다. 강원자치도는 동해항을 중심으로 북방물류의 허브를 꿈꾸고 있다. 동해선 철도를 재도약의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 최근 동해·삼척이 ‘수소기회발전특구’와 ‘수소특화단지’로 지정됐고 수소 저장·운송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동해항 3단계 공사와 함께 동해신항 인입철도 부설 계획이 확정된 것 또한 자신감을 갖게 하는 요소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했다. 일에는 때가 있다. 1970~1990년대 개발연대에 철저하게 외면당해 온 강원자치도이고 동해안권이다. 강원도와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권을 연결하는 동해선 철도 개통이 힘껏 노를 저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