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인구정책의 골든타임 왜 중요한가

홍형득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

골든타임(Golden Time)은 사고 등으로 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결정적인 시간 혹은 황금시간대란 뜻의 다의적으로 사용된다. 인구증가정책의 골든타임은 인구구조가 급격히 변화하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고,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고 지속적이고 복합적인 정책혼합이 필요하다.

한국의 급격한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의 문제는 이제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고들 한다. 점점 선택지가 줄어들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인구 문제에 있어서는 그 어떤 지자체보다 심각성이 더하다. 올해 4월 말 현재, 강원도 총인구는 152만3,000여명으로 최근 4년(2020~2023년)간 지속적으로 줄고 있고 심리적인 저지선 150만명이 위협을 받고 있다. 이에 강원특별자치도에서는 외국인 비자 전환 추진사업, ‘서핑성지 양양’ 모델처럼 강원형 생활·관계인구 확대, 지역 정착을 유도하는 청년농어업인 지원 등 각종 인구확대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 인구절벽의 사정은 더욱 절박하다. 18개 시·군 중 16개 시·군이 소멸위험지구다. 원주와 춘천은 유일하게 인구가 늘고 있는 지역이다. 대도시가 없는 강원도는 양면전략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서 인구 30만명 이상, 면적 1,000㎢ 이상인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이를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에 준하는 특례를 허용하고 있어 이들 특례 조건의 허들을 넘을 수 있도록 하여 타 지역으로 확산되도록 하는 전략도 주효할 수 있다.

원주시는 2024년 10월 현재 36만2,000명으로 30만명을 넘겼으나 특례면적기준에 미치지 못하자 지난 11월12일, 지역의 여야 의원이 대도시 특례 기준 중 면적 500㎢로 완화하는 내용의 지방분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춘천시 역시 인구 30만명 달성을 목표로 대학생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춘천은 현행 대도시 특례 적용이 가능한 면적기준을 충족한 16개 지자체 중 인구 30만명에 가장 근접한 도시다. 인구정책 전담팀 신설 등 다각적 노력을 기울인 결과, 현재 춘천의 인구는 29만2,000여명으로 목표에 근접했다. 그러나 최근 춘천시의회에서 춘천시 인구증가시책 지원조례를 폐지시켰다. 투자 규모에 비해 실질적인 인구증가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다. 대안을 고려하지 않고 폐지부터 먼저 하는 것은 흐름을 역행하는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인구정책은 일시적인 이벤트보다 지속성과 일관성이 중요하다. 문제점을 보완한 인구증가시책 패키지가 포함된 새로운 조례를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인구정책에서의 골든타임이 중요한 이유는 첫째는 출산율 반등의 한계다.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탄력성이 떨어져 되돌리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둘째는 경제적 충격 완화다. 인구 감소는 노동력 부족, 소비 감소, 생산성 저하를 초래한다. 이러한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사전에 다양한 인구 증가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셋째는 사회적 기반 유지다. 지역 사회기반 시설의 유지를 위해서는 급격한 인구절벽 위기가 오기 전에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

인구정책 골든타임은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기 전에 사회·경제적 대책을 시행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의미한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사회적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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