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세계태권도연맹본부 춘천 건립, 차질 생겨선 안 돼

정부와 강원자치도가 타당성 인정한 사업
춘천시의회 승인 안 떨어져 ‘중대 갈림길’
이달 정례회 지역 미래 위해 통 큰 결정을

춘천시가 태권도의 도시로 자리매김할 절호의 기회를 실기해선 안 된다. 세계 213개국, 약 2억명의 태권도 수련자를 대표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의 본부를 춘천에 건립하기 위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총사업비 220억원 규모의 이 프로젝트는 중앙정부와 강원특별자치도가 그 타당성을 인정한 국제적 사업이다. 그러나 춘천시의회의 승인이 원활하지 못해 사업이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즉, 시의회는 부지 내 문화재 매장 가능성 검토 부족, 재무적·경제적 수익성에 대한 보완 자료 필요, 사전 소통 부족을 들고 있다. 춘천시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3일 시굴조사 착수를 준비 중이며, 필요시 정밀발굴조사를 병행하더라도 사업에 큰 차질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회의 협조 없이는 이미 확보해 놓은 중앙정부의 첫해 국비 지원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첫해 설계비 5억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설계 공모와 기본설계 등 후속 절차가 지연되고, 2028년 준공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국비가 불용 처리될 경우다. 이는 사업이 처음부터 다시 검토될 가능성을 열어놓을 뿐만 아니라, 2~3년간의 노력과 투자가 수포로 돌아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춘천시의 국제적 신뢰도가 손상될 위험도 크다. 세계태권도연맹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이는 국제사회에서 춘천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며 향후 다른 국비 사업 유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불 보듯 하다. 춘천시의회는 태권도를 중심으로 한 도시 브랜드를 강화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이 사업이 좌초되지 않도록 대승적 차원에서 이 사안을 다뤄야 한다. 세계태권도연맹본부 건립은 단순히 춘천시나 강원특별자치도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전 세계 태권도 수련자들과 태권도라는 스포츠의 미래가 걸린 국제적 프로젝트다. 정부는 이미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세 차례나 통과시키며 이 사업의 타당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연도별 국비 지원 계획까지 나왔다.

이제 사업 추진을 위한 마지막 중요한 관문은 춘천시의회의 승인이다. 춘천시의회는 사업 보류 사유로 제기된 문화재 매장 가능성 등 일부 우려 사항에 대해 시 집행부의 후속 조치를 신뢰하고 협력해야 한다. 즉, 문화재 조사와 설계 공모를 병행하면 사업이 중단 없이 진행될 수 있다는 시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수익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본부 건립의 직접적인 경제 효과뿐 아니라 지역 브랜드 강화와 관광 및 교육 분야 파급 효과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춘천시의회가 이제는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해 태권도 도시라는 이미지와 기회를 현실로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 춘천시의회가 협조하지 않아 사업이 중단되거나 차질을 빚는다면 그 책임은 오롯이 의회에 돌아갈 것이다. 춘천시의회가 12월 정례회에서 지역의 미래를 위해 통 크고 전략적인 결정을 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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