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아동·청소년기 스마트폰 의존 심화 대책 시급

강삼영 모두가특별한교육연구원장

5월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눈길을 끄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어린 시절 스마트폰에 일찍 노출될수록 성년이 된 후에 난관 극복, 변화의 동기, 문제 해결 등 중요한 정신건강 영역의 지표들이 나쁘다는 결과였다. 해당 연구에서는 청년 시기의 정신건강 지표들이 스마트폰을 처음 갖게 된 나이에 정확히 비례하는 우상향 그래프를 보여준다. 즉, 어린 시절 부모가 휴대전화를 늦게 사준 청년들일수록 해당 영역의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는 뜻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인간의 뇌는 아동·청소년기에 가장 활발하게 성장하는데, 이 시기 많이 읽고 쓰며 생각하는 것에 비례해서 뇌의 시냅스가 연결되며 사고력을 형성한다고 한다. 학습의 기본 바탕이 되는 문해력 또한, 문자에 반응하고 이를 생각으로 연결하는 경험에 비례해서 뇌가 성장하는 원리다. 이 시기에 책을 읽는 대신 스마트폰 영상과 게임, SNS에 익숙해진 뇌는 몇 년이 지나도 문자언어 자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뿐 아니라, 주의집중력 또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혹자는 이렇게 반론한다. 예전에 TV나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 때도 신문물이 아이들을 바보로 만든다는 걱정이 많았지만 과도한 걱정이었다고 말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휴대가 간편하고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기에 그 유혹의 강도나 몰입의 시간이 TV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아이들 입장에서 차분히 책을 읽거나, 지적인 사고에 몰입하기엔 주머니에 있는 강렬한 감각적 유혹을 이겨내기 쉽지 않다.

더욱 경계해야 하는 것은 이러한 스마트폰 중독과 문해력·사고력 저하가 계층에 따라 다르게 발현될 가능성이다. 경제적 상류층이 많이 사는 지역일수록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엄격한 경향이 있으며, 보살핌이 취약한 계층일수록 자녀의 스마트폰 과몰입 가능성이 높은 경향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우려는 나만의 것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자유주의 전통이 강한 서구의 주요 나라들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41개 주는 메타(인스타그램 운영사)를 고소했다. SNS 알고리즘이 중독을 부추겨 정신건강에 피해를 줬다는 이유였다. 뉴질랜드는 초·중·고 모든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시켰다. 프랑스는 이번 학기부터 200개 중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으며, 아예 휴대전화를 통한 인터넷 접속을 13세부터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우리 사회도 적절한 규제에 대하여 진지한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 특히나 수도권에 비해 사회적·교육적 인프라가 약하고 아이들이 귀한 강원도는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성장에 미칠 영향을 더욱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자녀에게 스마트폰 통제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중독 성향이 강한 물건을 개인적 통제력에만 의존하는 것은 어른으로서 무책임한 처사다.

한술 더 떠서, 교육부와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은 디지털 교과서와 각종 교육용 스마트 기기 보급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사회적 합의 없는 정책은 잠시 유보하기를 바라며, 스마트폰과 각종 디지털 기기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대처방안에 대하여 깊이 있는 논의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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