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30% 박스권에 갇힌 지는 이미 오래됐고,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의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율은 20%에 불과했다. 80%가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대통령실의 입장을 물어보면 대부분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내놓는다. 그렇게밖에 대답할 수 없는 상황은 이해가 가지만, 솔직히 대통령실이 ‘일희(一喜)’한 적이 언제였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아마도 취임 초기를 제외하면 계속 ‘일비(一悲)’만 했었을 것 같은데, 매번 담담하게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않겠다”라고 하는 것을 보면 정말 돌아가는 상황에 무감각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지속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여론조사를 통해 보내는 국민의 시그널을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뽑았던 보수인사들 사이에서도 현 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늘고 있는 책임도 불감증에 걸린 정부에 있다. 현 대통령의 멘토로 꼽히는 신평 변호사가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동안 더욱 국민의 지지를 받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방향은 다르지만 나도 이런 분위기를 걱정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대통령 개인과 정권을 염려함이 아니다. 특별자치도가 된 강원도가 지금보다 더 성장해야 함에도 지지를 잃어가는 정권 탓에 덩달아 제자리걸음을 할까 하는 불안 때문이다.

그것은 싫든 좋든 현 정부와 강원도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데서 기인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외가를 강릉에 두고 있는, 강원도와 연고가 깊은 ‘최고 권력자'다. 여기에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권성동, 이철규, 이양수, 유상범 등 강원도 국회의원들이 정권 출범부터 ‘친윤’(친 윤석열 대통령)으로 불리며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강원도를 잘아는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호흡을 맞출 수 있게 된 것이다.
덕분에 늘 변방에 머무르며 규제만 받던 강원도는 역사상 처음으로 ‘중심’에 섰다. 수십 년간 묶여있던 현안들이 해결되기 시작한 것도 이 정부 들어서면서부터다.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비롯해 춘천~속초 간 동서고속화철도 착공, 제천~삼척 동서고속화도로 건설 등의 숙원사업들이 성과를 냈고 정부의 예산감축 기조에도 불구하고 강원도 국비 예산은 2023년 최초로 9조를 넘긴 이후 조만간 10조 돌파를 목표로 설정할 정도로 급증했다.
정부 부처는 물론이고 주요 기관·단체에서 지역적 차별을 받아오던 도 출신 인사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통해 요직으로 이동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이 모든 것이 몇몇 국회의원들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발휘한 정치력으로 이뤄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도민들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여당 현역 국회의원들을 다선(多選)의 반열에 오르도록 표를 찍었다. 앞으로도 계속 중앙무대에서 지역을 키워달라는 뜻이었다.

대통령 지지율 폭락이 걱정스러운 것도 이 지점이다. 윤 대통령이 앞으로도 국민의 외면을 받아 조기에 레임덕이 발생한다면 그동안 현 정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오던 도 국회의원들에게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고, 그 영향은 ‘아직도 목마른’ 강원도에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물론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의 인기 여부에 따라 정치력에 손상을 입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왕이면 강원도 연고 대통령이, 여당 내 강원도 국회의원들이 앞장서 지원한 대통령이 국민에게서 큰 지지를 받는다면 강원도 입장에서는 더 많은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기를 희망한다. 그러려면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여론조사에서 항상 부정적인 요소로 꼽히는 ‘의대 정원 확대’, ‘경제/민생/물가’, ‘소통 미흡’, ‘독단적·일방적’ 등에 대한 해결이 시급하다. 계속 터져나오는 김건희 여사 논란도 풀고 가야 하는 과제다. 지금은 국민과 함께 웃고, 함께 슬퍼하는 ‘일희일비’가 필요한 때다. 대통령의 변화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