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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에 공부하는 내 마음은 콩닥콩닥” 강원문해자랑 대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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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뒤늦게 배운 어르신들 750명 참석

◇교육부와 강원특별자치도가 주최한 2024 강원 문해 자랑 대잔치 ‘청춘만개’가 11일 홍천군체육관에서 열렸다. 사진=홍천군청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구구단과 알파벳, 까짓것 잊으면 또 외우고, 또 잊으면 또 외우면 되지”

11일 홍천군종합체육관 무대에는 평창에서 온 김병인(여·85)씨가 올라 자작시인 ‘머리 허연 90줄의 여중생’을 낭송했다. 2년 전 초등학교 학력을 취득하고, 현재 중학교 학력 취득에 도전 중인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시였다. 이 작품은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대상작으로 선정됐다.

교육부와 강원특별자치도가 주최한 2024 강원 문해자랑 대잔치 ‘청춘만개’에는 김씨와 같은 60~90대 어르신 750여명이 참석했다. 딸이라는 이유로, 가난하다는 이유로 한글을 배우지 못한 서러움을 성인 문해교육으로 날려버린 참석자들은 청춘이 되돌아 온 듯 행사를 즐겼다. 행사장 밖에는 도내 31개 문해교육 기관에서 출품된 시화와 엽서 1,333점 가운데 우수작으로 선정된 203점이 전시됐다.

삼척의 김분남(80)씨는 스무 살 갓 넘어 결혼을 하고, 무직인 남편을 대신해 탄을 팔러 다니던 아픈 기억을 배움으로 치유한 이야기를 ‘탄 팔러 가던 날’이란 시화로 표현해 대상을 받았다.

김진태 도지사는 개회식 인사말을 통해 “한글, 한국어가 세계적인 언어가 돼 가는 시대에 어르신들의 배움은 더 뜻깊다”고 응원했다. 신경호 도교육감은 “한글은 늦게 깨우쳤어도, 단어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나이”라고 말했다. 신영재 군수는 “편지와 카톡을 쓸 수 있게 된 걸 축하드린다”고 인사했다.

이날 강원인재육성평생교육진흥원은 평생교육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학예발표회에서는 도내 문해 교육 기관 17개팀이 오카리나 연주, 건강 체조, 숟가락 난타 등을 선보였다. 시화전 특별상을 수상한 홍천 길필순씨의 글처럼 ‘마당 옆 완두콩이 예쁘게 주렁주렁, 91세에 공부하는 내 마음은 콩닥콩닥’인 하루였다.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대상을 수상한 김병인(85·사진 오른쪽)씨, 김분남(80)씨에게 김진태 도지사가 표창을 수여했다. 사진=강원특별자치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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