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지역 체불임금이 역대 최고 수준이다. 사단법인 강릉노동인권센터가 고용노동부로부터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2024년 7월 말까지 강원지역 전체 체불임금액을 확인한 결과 영동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강릉지청에 신고된 체불임금액은 122억9,000만원으로 123억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전체 체불임금액 125억원과 거의 차이가 없다. 또 지난해 체불 신고건수는 1,338건, 1건당 평균 체불액은 933만원이었지만 올 7월까지 신고건수는 864건, 1건당 평균 체불액은 1,423만원으로 집계됐다. 1건당 신고액이 1년 만에 500만원가량 상승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체불임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은 영동지역의 경기 침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행 강릉본부가 발표한 ‘강원 영동지역 자영업자 대출 현황 및 리스크 요인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강원 영동지역 자영업자 대출잔액의 업종별 비중은 숙박 및 음식점업(26.7%), 도매 및 소매업(20.4%) 등 대면서비스업에서 높은 비중(56.6%)을 나타냈다. 이는 전국 평균(38.6%)을 상회하는 수준이며 최근 경기 악화 지속으로 지역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는 방증이다.
고용노동부 강원지청은 하청노동자들과 현장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임금 체불 확산 방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체불임금 해소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임금을 주지 못하는 원인을 분석해 보면 폐업과 도산, 일시적인 경영 악화 등과 같은 경제적인 위기가 주원인이다. 임금이 밀린 사업장 대부분이 영세하다. 이들 사업장은 경영 악화로 인해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 형사 처벌을 비롯해 여러 제도 조치 강구에도 불구하고 임금체불이 반복되는 이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점검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책이다. 체불에 대한 보다 확실한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물론 고의적으로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임금 체불은 노동자의 생존권이 달려 있는 만큼 ‘경제적 살인’이라고 불린다. 절도는 단지 돈과 물건을 훔칠 뿐이지만 임금 체불은 돈과 노동자의 피땀을 도둑질하는 것도 모자라 가정까지 파괴한다. 우리 사회가 ‘열정 페이’ 같은 임금 후려치기가 성행하고 ‘배 째라’형 악덕 사업주가 활개 치는 세상이 되는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 특단의 대응책이 필요하다. 그래야 해마다 임금을 받지 못하고 우울한 명절을 맞는 근로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