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플레이션(열+인플레이션)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다. 명절인 추석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태풍까지 올라오면서 물가 걱정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현장 점검을 통해 조만간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일 기준 춘천지역 시금치 100g당 소매가격은 1,600원을 기록하며 지난달 970원보다 65.9% 뛰었다. 오이(다다기계통) 10개의 소매가는 7월 8,330원보다 28.5% 오른 1만700원이었으며, 애호박 1개의 가격은 1,830원으로 한 달 전보다 5.8% 비싸졌다. 차례상에 올라가는 배 10개의 소매가도 지난달 1일 6만원에서 10% 인상된 6만6,600원의 가격을 한 달 넘게 유지하고 있다. 강릉지역의 경우 배추 1포기 소매가격이 지난달보다 16.7% 상승한 6,990원을 기록했다. 무 1개의 가격도 3,990원으로 지난달보다 48.3%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올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째 2%대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농·축·수산물이 1년 전보다 5.8%로 큰 폭으로 올랐다. 단기간 먹거리 수요가 급증하는 추석은 물가 상승을 압박할 수 있다. 정부는 채소와 과일, 육류 등 농·축산식품 물가가 안정되도록 성수품 확보 계획을 제대로 수립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일부 요주의 품목의 가격 안정화를 위해 정부 가용물량을 시장에 공급하는 등 선제적 대응을 고려할 때다. 당장 괴로운 명절이 되지 않도록 물가 안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주요 농산물의 가격 동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비축 농산물 방출과 수입 확대를 통해 가격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이럴 때 나타나기 쉬운 가격 담합 등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서도 강력 대응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단기적인 처방에 그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웠던 것이다. 이번 기회에 기후 변화로 인한 농업 피해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장기적인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폭우와 폭염으로 인한 농산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농업 정책 전반에 대한 종합 대책이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 침체로 서민들의 어려움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면밀한 물가 관리가 필요하다.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이 소비자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고 앞으로의 물가 걱정도 씻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