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응급실 뺑뺑이’ 급증, 응급의료체계 개선부터 해야

올 들어 도내 대학병원 등에서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환자 이송을 거부해 119구급차가 병원을 찾지 못한 채 ‘뺑뺑이’를 돌아야 했던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환자들의 피해와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성국(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원지역에서 올 들어 6월10일까지 구급차가 환자를 바로 이송하지 못한 채 병원을 한 차례 이상 전전하는 사례가 266회나 됐다. 이 중 약 35%인 92회는 병원 측이 ‘전문의가 없다’며 외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병상 부족도 42회나 됐다.

강원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의료 인프라가 턱없이 허약해 응급환자들은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주말이나 휴일에 심혈관계 환자나 추락사고 환자가 발생하면 사실상 대책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강원지역에서 올 들어 이처럼 많은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했다는 집계는 지역 주민들을 불안하게 한다. 자칫 강원지역을 벗어나 수도권까지 1~3시간 이상 달려가야 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언제 병원을 찾아 헤매다가 생명을 잃거나 목숨을 위협받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응급실 뺑뺑이는 더는 방치해선 안 되는 시급한 현안이다. 따라서 하루빨리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의료자원을 파악하고 응급의료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공공병원 건립도 중요하지만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을 잘 헤아려 그에 맞는 대책을 수립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여러 병원을 전전한 환자가 그만큼 많았다는 것은 전공의 이탈을 메울 의료시스템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더욱이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채우며 버텨 온 전문의들마저 탈진과 질병 등으로 이탈이 늘고 있어 응급실 운영이 쉽지 않다. 답답한 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경증환자들은 응급실에 가지 말라는 당부뿐이라는 현실이다. 응급실 환자를 방치할 경우 무슨 일이 생길지 가장 잘 아는 의사다. 전공의들은 한시라도 빨리 복귀해야 한다. 지금은 정부가 전공의 없이도 병원이 정상 운영되도록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혁신하겠다는 장기계획만 강조할 때가 아니다. 환자들이 뺑뺑이를 돌며 죽어 나가는데 한가한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정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의료계와 협의해 응급실이 제대로 가동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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