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 평화의 시대, 우리가 기억해야 할 과거

이미옥 전 춘천시의원

“전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건 벌써 2년 전. 먼저 귀를 의심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또한 마찬가지. 누구의 잘못이냐 같은 건 따질 생각 없다. 이것이 현재진행형이라는 데 몸서리쳤다. ‘투명하고도 발랄한 이 시대에 전쟁이라니!’ 하지만 TV는 믿기 어려운 현장을 생생하게 알렸다. 영화에서나 봤던 장면. 포탄이 떨어지면 흙먼지가 날리고 곧 피 흘리며 쓰러진 사람들. 이것이 현재 진행의 격전지라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전쟁이라는 말 때문인지 아침 운동차 걷는 강변 길에서 춘천대첩 기념 평화공원에 펄럭이는 각국의 국기가 눈에 들어왔다. 끊임없이 흔들리는 국기가 이곳이 아픈 역사의 현장임을 알리고 있었다. 무심코 지나칠 때가 많았는데 오늘은 코끝이 찡하다. 3일 만에 서울이 탈환되는 현실에서도 이곳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희생을 감수했다는 사실이 기억을 또렷하게 세운다.

평화의 시대에 국가는 개인의 희생보다는 개인의 성장을 돕고 있지만, 희생 없이 유지되는 국가가 어디 있으랴. 시대에 따라 국가가 풀어야 할 난제가 달라지듯 애국도 그 흐름을 따를 뿐이다. 지금은 주어진 현실에 충실한 개인이 애국이다. 국가의 소멸을 의식한 작금의 현실 앞에서는 자녀의 출생 그 자체가 애국이 되는 것처럼.

하지만 과거 없이 현재가 존재하랴. 애국심을 강조하지 않고 온전할 수 있는 나라가 어디 있으랴. 더구나 우리나라에는 치열했던 국가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화한 수많은 젊은이의 희생과 살아 계시더라도 백발이 돼버린 국가유공자들이 있다.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 어쩌면 그들을 영원히 기억하는 것이 살아 있는 우리의 사명인지도 모른다. 현재의 평화는 과거의 희생으로 존재한다는 사실 말이다.

북한에서 쓰레기 풍선을 날렸다느니, 그 풍선을 거두었느니, 우리 주변이 작은 파장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굳건한 마음으로 주변을 돌아보자. 온고지신의 마음으로 오늘은 충혼탑이라도 한번 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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