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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만해축전 회고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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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기 인제군수

만해축전(卍海祝典)은 21세기를 앞둔 1999년에 인제 백담사에서 시작돼 한 세대를 이어오고 있다. 시인이자 승려이면서 일생을 조국 독립을 위해 몸바친 만해를 역사 속에서 다시 이끌어낸 인물은 설악산 3교구 대종사 무산 조오현 스님이었다.

무산 스님은 1996년 만해의 민족정신 함양과 불교적 평화 실천, 문학정신 계승을 위해 내설악 백담사에서 만해사상실천선양회를 설립했다. 이후 만해 얼 선양사업은 탄력을 받게 된다. 만해축전을 중심으로 ‘사상 선양사업’과 만해기념관·교육관·만해연구원·만해당 건립 등 ‘유적지 조성사업’이 본격 시작될 수 있었다.

역사 속의 만해가 소환된 이유는 백담사 무산 대종사의 종교와 문학, 그리고 지역과 공간에 대한 통찰력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백담사에서 처음 시작된 ‘만해축전’이 올해로 26회째를 맞으며 청년기에 접어들었다.

만해축전은 1997년 처음 제정된 ‘만해대상’으로 촉발됐다. 만해축전의 꽃으로 평가되는 만해대상은 평화, 실천, 문예부문을 제정해 국내외 많은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

학술대회를 통해 관련 연구 저작물이 1,000여건을 넘고 있으며, 대상 수상자 중 4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용대리 백담사 깊은 계곡에서 시작된 만해축전의 서막은 2003년 만해선사의 사상과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만해마을’ 운영으로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다.

불교계와 만해대상 중심으로 운영되던 만해축전에 주민들을 위한 문학프로그램과 체육행사, 마을 대동제, 문화예술인의 밤 등이 포함됐다. 만해축전이 만해대상에 국내외 저명인사들을 선정하고 국제화를 지향하는 외연의 확장 뿐 아니라 지역성(地域性)과 고유성(固有性)을 갖춘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암울한 시대 백담사에 시작됐던 만해의 출가와 수행, 그리고 넓은 세계의 사상을 치열하게 공부했던 만해의 의지가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축전으로 거듭났다고 여겨진다.

백담사는 만해의 치열한 성찰과 깨달음의 공간에서 다시 인류 보편적 가치와 사상을 이끌어내는 세계적 공간이 되었고, 백담사를 안고 있는 인제군은 세계적인 축전을 개최하는 역사적·상징적인 도시로 확장되고 있다.

또한 만해선사와 무산 대선사가 추구했던 공생과 공존, 통합과 회통의 정신은 만해축전이 추구하는 지역과의 연대, 해마다 축전이 표방하는 실천정신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인제군은 그동안 바라만 봤던 설악산에서 벗어나 관계기관과 협력해 만해선사의 얼이 서려 있는 ‘백담계곡 순례길 조성’을 조만간 마무리할 예정이며, 친환경 교통수단의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만해축전은 지난 우리 사회가 겪었던 세계화와 양극화, 이념과 지역갈등 등 시대의 고민과 변화의 중심에 있었으며 다음 세대를 위한 근본적인 화두와 가치, 새로운 지표를 던져주었다. 지역 주민이 느껴 왔던 역사적 자긍심과 지역 이미지 제고는 그 어떤 재화로도 환원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이자 지역의 자산이다.

만해축전은 앞으로도 만해선사의 평화·생명사상을 계층과 세대를 넘어 소통과 화합, 포용과 상생으로 이어가는 사회문화적 플랫폼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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