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양구 수입천댐 건설을 반대한다

김왕규 강원자치도의원

지난 7월31일, 환경부는 기후위기 대응 및 물 수요 확보를 위한 댐 후보지 14곳 중 가장 큰 규모(1억㎥)의 다목적 댐으로 양구군 방산면의 수입천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 피해를 입게 되는 지역민들과는 전혀 소통이 없는 일방적인 발표다. 양구군 방산면 지역은 국방개혁 2.0으로 인한 신병교육대와 예하부대의 이전으로 연간 15억원 이상의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지역경제는 날로 침체되고, 주민들은 지역소멸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번 댐 건설 계획은 주민들의 삶의 의지를 꺾는 것 외에 다른 어떤 의미를 찾을 수가 없다.

방산면은 수해 피해도 없고 사시사철 깨끗한 물이 흐르는 청정지역이다. 그러나 댐 건설이 이뤄지면 관광자원이 사라지고 수입천의 수량이 줄어들며, 농업용수도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그야말로 방산면 지역은 주민들이 더 이상 살 수 없는 지역이 될 것이다.

특히 양구군에서 가장 최고의 관광자원인 두타연이 침수될 경우, 산업기반이 열악한 양구군은 마땅히 내로라할 만한 관광자원조차 하나 없는 지역으로 전락할 것이다. 댐 건설 예정지인 수입천 상류의 두타연 지역은 천연기념물인 열목어와 산양의 서식지로서 댐 건설이 현실화될 경우 생태계 파괴 등 부정적인 영향은 물론이고, 지역 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수입천을 중심으로 한 관광자원 자체가 없어져 주민의 생존권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댐 건설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환경부의 발표에 따르면 수입천댐의 총 저수용량은 약 1억 톤으로, 하루 약 70만명에게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라고 발표했다. 양구군 인구는 2만명 남짓이다. 결국 기후 대응을 명목으로 한 이 댐 건설은 수도권의 이익을 위한 댐이라는 것이 명확히 드러난다. 지역경제가 피폐해지고 지역소멸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양구가 갑작스러운 댐 건설 후보지로 선정된 것은 지역의 생존권과 지역민의 의사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전근대적인 행정으로 정부의 정책이 지역과 소통 없는 일방적인 통보라는 것을 보여준다. 댐건설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생업에 종사하며 고향을 지키며 살아왔는데, 댐 건설로 인해 삶의 터전이 파헤쳐지면 정든 고향을 쫓기듯이 떠나게 되는 주민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양강댐, 화천댐 등 수몰지역에 해당해 고향을 떠나 살아왔던 주민들은 또다시 수도권만을 위한 댐 건설로 인해 피해만 보게 된다. 이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는 일이다.

양구군은 5개 읍·면으로 돼 있다. 댐 건설로 인해 방산면 주민들이 살기 어려운 고향을 떠나게 되면 양구군은 4개 읍·면으로서 지역의 존립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부딪히게 될 것이 눈앞에 선하다. 결국 댐 건설은 방산면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양구군 전체의 문제인 것이다. 양구는 소양강댐 건설로 50여년 동안 육지의 고도(孤島)로 전락하고, 각종 규제와 농업소득 감소, 지역경제 붕괴, 주민 건강 피해와 환경 파괴로 많은 피해를 감수해 왔다. 1970년부터 2011년까지 42년간 교통 불편에 따른 피해 비용 수준만 해도 약 2조5,000억원 규모에 달했다. 여기에 더해 수입천댐을 건설하게 되면 또다시 양구는 희생만을 강요당하고 생존에서 내쫓기어 지역이 소멸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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