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생물이야기]“매미의 삶에 대하여”<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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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알 상태로 1년이 지난 뒤 비 오는 날에 서둘러 부화한 흰 유충은 땅바닥으로 떨어져, 부드러운 흙을 센 다리로 20~30cm쯤 파고 들어가, 나무뿌리 수액을 빨아먹으며 7년을 자란다. 4번을 잠자고(허물을 벗고) 난 유충은 흙을 뚫고 나와 나무둥치(밑동)나 잎줄기에 매달려 날개돋이하여 성충이 되어 고작 한 달 못 살고 간다.

온몸을 부르르 떨며 힘주기 시작한 지 30분쯤이면 여리고 창백한 몸이 불쑥 밖으로 튀어나오면서 날갯죽지를 쫙 펴고, 건듯건듯 물기를 말린다. 매미 허물(선퇴, 蟬退)은 하나같이 누르스름한 개흙을 뒤집어쓰고는 하늘로 머리를 두고 있다. 날개가 마르자 말자 성큼 어색하고, 맥없는 울음소리를 터뜨리기 시작한다. 틀림없이 그 녀석은 수놈이렷다. 암컷은 소리를 지르지 못하는 음치이기에 말이다.

그런데 미국 매미들은 13년, 17년마다 어른 매미가 되어 나오는 종들이 있다. 이 주기(사이클)는 매미의 천적인 버마재비나 말벌이 많이 생겨나는 해(보통 3년이거나 5년 주기)와 겹치지 않는다. 신통하게도 이렇게 천적을 피해 가니 매미의 슬기로움이 13과 17이란 숫자에 들었다.

그리고 곤충 중에서 가장 높은 음을 내지른다는 매미다. 가장 더울 때 제일 높은 소리를 낸다는데 느닷없이 한꺼번에 맴맴 울다가 문득 조용해지기를 거듭 이어간다(개구리 합창도 다르지 않음). 이렇게 떼거리로 왱왱, 와글와글 소리 질러 먹잇감을 노리는 포식자(천적)가 쉽게 과녁(피식자)을 찾지 못하게 혼란 시키는 요령(잔꾀)이다. 끝내주는 생존전략이라 하겠다!

그런데 조선 임금이 평상복으로 나랏일을 볼 때 머리에 쓴 관모(모자)를 ‘익선관(翼善冠)’이라 한다. 관모 꼭대기에 매미 날개(翼善) 모양의 뿔 2개가 위쪽을 보고 있다. 1만원 짜리 지폐 속 세종대왕 관모를 세심히 볼 것이다. 관모에 매미 날개가 없는 것은 서리, 날개가 길게 옆으로 난 것은 백관, 날개가 위로 선 것은 임금 의관이었으니 이는 늘 청순(淸純)한 매미를 닮으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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