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소음 없는 환경 절실

박영창 동해관광문화재단 이사

5월 타계한 신경림 시인의 시 ‘묵계장터’는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중략...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로 구름, 바람, 들꽃, 잔돌이 되어 세상살이가 강제하는 피로를 벗어놓고 자족하고 평온을 얻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과 권력이 처음에는 산을 내놓으라 하고, 다음은 들판을 내놓으라 하고, 또 다음은 바람을 내놓으라 하고, 마지막으로 하늘을 내놓으라 하면 이것을 다 들어준 우리 삶은 자족과 평온을 얻을 수 있을까?

이것은 내가 살고 있고 동해의 이야기다. 처음에는 쌍용양회가 개발연대기에 필요한 석회석을 찾아 시멘트 공장을 세우면서 산을 파괴했다. 두 번째는 시멘트와 광물을 효율적으로 운송하기 위해 수십만평의 논·밭을 파들어와 굴입식 항구(동해항)를 만들었다. 세 번째는 만들어진 항만은 석회석, 시멘트, 석탄 등 벌크 화물 운송으로 도로와 인근 지역에 비산먼지 발생률을 높이며 바람을 오염시켰다.

마지막은 지역과 70여년을 동고동락을 했던 해군이 작전헬기장 조성을 추진하겠다며 하늘을 내놓으라 하고 있다. 헬리콥터는 태생적으로 시끄럽다. 헬기 1대가 이착륙할 때 발생하는 소음은 115데시벨 수준이다. 85데시벨 이상의 소음을 오랜 기간 들으면 청각장애가 생길 수 있다.

시멘트 공장이 들어서고 항구가 들어서면 우리 삶이 크게 변할 줄 알았다. 지역이 융성하고 활기가 넘칠 줄 알았다. 공장이 유치되고 각종 개발이 이뤄져도 대한민국이 겪는 인구소멸을 동해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동해항, 동해역, 해군군항 등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송정동은 북평읍 시절 인구 1만3,000여명을 자랑하기도 했지만 경제 활동인구가 대량 유출되면서 빈사 상태에 도달했다.

송정동의 인구는 1980년 시 개청 당시 1만244명에서 현재 3,466명으로 60%가량 줄어들었다. 65세 이상이 1,208명으로 전체 주민의 34%를 차지하고 기초생활수급자들도 417명이 생활하고 있다.

같은 기간 초·중고교의 학교 수는 초등 1, 중등 1, 고교 1개교에서 초등 1개교로 줄었고 학생 수도 1980년 당시 초등 32학급 1,720명에서 현재는 초등 7학급 82명으로 대폭 줄었다. 동해 남부권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지역으로 손꼽혔던 송정지역은 빈집이 즐비하고 집값이 가장 싼 곳으로 추락했다.

이것은 가수 박상민의 노래 ‘무기여 잘 있거라’가 아니다. 입장 바꿔 생각해봐도 환장할 노릇이다.

헬기 12대가 동해시에 들어온다고 우리 생활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는다. 방폐장을 유치하고 교도소를 유치하겠다고 나설 만큼 우리 지역이 궁핍하지도 않다. 인구 절벽으로 대한민국이 소멸할지라도 우리는 인간다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리고 싶다.

다행히 대한민국 헌법 제35조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번 들어선 헬기장은 내보낼 수는 없다. 동해지역에 헬기장이 들어서기 전에 소음 피해의 위험에 대비한 예방청구권을 발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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